나는 둔턱이 보이는 곳으로 당장 향했다. 잭슨은 마냥 신난 듯 병원에서 나와 신선한 공기를 마실 수 있다는 점에서 가장 행복해했다. 그러다가 20분이 지났을까, 잭슨은 어두운 얼굴로 자꾸 뒤를 돌아보았다.
"나, 여기 있는 게 실감이 안 나서 그러는데, 이래도 되는지 모르겠어."
잭슨은 책임감이 높은 편이 아니어서, 무모한 일을 저지르면 두려움에 쉽게 휩싸이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그런 잭슨을 어르고 달랠 수가 없었다. 시간이 무척 없었다. 조금이라도 지체되면 잡혀 들어가 나는 영영 이 텍사스에 감금될 것이 뻔했다. 다른 이들은 고치면 나올 수 있는 정도라고 하지만, 나는 그들과 달리 잠시 동안의 감시 상태로 끝날 병원 죄수가 아니었다. 내 상태는 더 심각했다.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몰랐지만, 예전에 테드 번디가 세 번이나 감옥을 탈출했던 것을 떠올리며 나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오히려 얇고 나약해 보이는 사람이 강인한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다. 잭슨에게 따귀를 때리고 말했다.
"네가 원하는 대로 나는 다 들어줬어. 바깥세상의 신선한 공기를 마음껏 마시게 해줬고, 담장을 넘고 싶어 했던 네 바람도 내가 도와줬어. 그런데 이제 와서 뒤돌아보고 다시 돌아가자고? 그럴 거면 너 혼자 돌아가. 나는 아픈 다리도 있고, 내 죽음을 기다리는 미래도 있어. 그러니 네 편한 대로 하라고!"
나는 잭슨을 붙잡고 단호히 말한 뒤 다시 걸어 올라갔다. 내가 위치한 장소를 보니, 중턱과 언덕이 많은 것을 보아 정신병원이 오스틴 한가운데에 있지는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도시적이지 않고 자연적인 경관 속에 덩그러니 병원이 있었다니, 처음 알았다. 아마도 이곳이 기피 시설로 여겨졌기에 이런 식으로 가두어 놓고 면회를 허용했을 것이다.
그제야 마음이 차분해졌다. 나를 찾으러 오는 경찰들은 산세가 험하고 복잡한 미로 같은 지형 때문에 며칠이 걸릴지도 몰랐다. 잘하면 이 중턱들을 넘나들다 오클라호마 경계선까지 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에는 나를 기다리는 자살 클럽이 있다. 나는 환각을 보았다. 너무나 행복한 환각이었다. 잭슨과 내가 서로의 동무가 되어, 그 클럽에서 먹고 자고 서로를 챙기며 권총을 머리에 대고 쏴 죽는 이상적인 꿈이었다.
잭슨은 울먹이며 말했다.
"에어, 제발 내려가자. 나 너무 무서워. 우리 이제 저녁이 되면 추워서 먹지도 못하고 죽을 거야. 나는 살고 싶어."
"잭슨, 네가 살고 싶다면 다시 중턱을 내려가 사람을 만나 살려 달라고 빌어봐. 그들은 다시 너를 꽁꽁 독방에 가두고, 다시는 너를 꺼내 주지 않을 거야. 죽지도 못하고 살지도 못한 채 살고 싶다면 그렇게 해도 좋아. 하지만 나는 자유를 찾으러 가는 길이야. 네가 끼고 싶다고 했기에 데려온 것인데, 아니었다면 상관없어. 나 혼자라도 가면 되니까."
나는 중턱에 오를 때마다 느껴지는 희박한 공기와 시원하고 알싸한 상처의 쾌감을 동시에 느꼈다. 피비린내가 나기를 바라며, 혹시라도 토끼가 지나가길 바랐다. 중턱이라면 코요테들이 살고 있을 수도 있다. 자칫하면 방울뱀과 마주쳐 독에 중독될 수도 있는 위험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나는 대비할 방법도 없이 그냥 산자락을 올라 배고픔을 이겨내며 중턱 한가운데에 앉는 것을 목표로 했다.
잭슨은 그제야 마음을 정했는지 중턱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말했다.
"에어, 나는 죽기보다 죽지 않고 살지도 않고 싶은 마음이 큰 것 같아. 그러니 좋은 일이 있기를… 아니, 나쁜 일만 가득하기를 바랄게. 너에게 저주를 퍼붓고 갈 테니 잘 살아."
비아냥거리며 내려가던 잭슨의 발에 방울뱀이 기어오르고 있었다. 나는 침착하게 말했다.
"잭슨, 조심해야 할 것 같아. 방울뱀이 네 다리를 올라가고 있어. 패닉하지 말고 가만히 있어. 그래야 조심히 떠날 거야."
잭슨은 너무 놀랐지만, 내 말대로 가만히 있었다. 그러나 운이 나쁘게도 방울뱀은 스멀스멀 잭슨의 다리를 타고 올라가 허벅지까지 이른 뒤 날카로운 이빨로 독을 뿜으며 물었다. 고통에 몸부림치는 잭슨. 그는 서서히 눈을 감기 시작했다. 방울뱀은 자신의 임무를 다한 듯 슬며시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