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슨이 허망하게 죽는 모습을 봤다. 뱀에 물려 갑작스레 세상을 떠났다. 거품을 물며 쓰러진 그는, 독이 퍼지자 신음하며 내 이름을 불렀다. “에어... 에어...” 몇 번 부르더니 토하고는 눈을 뜬 채 죽었다. 나는 멀찍이서 그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뱀이 언제 나를 공격할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맥박을 낮추려고 애쓰며 숨을 죽였지만, 방울뱀이 꼬리를 흔들 때마다 심장이 터질 듯 뛰었다. 눈물이 났다. 친구이자 유일한 동료였던 잭슨이 그렇게 허무하게 죽다니.
나는 무기력해졌다. 삶의 의미를 모르겠다는 생각에 주저앉았다. '여기서 나도 끝인가.' 그렇게 체념하고 있는데, 뱀은 다행히 잭슨 쪽으로 기어갔다. 나는 흙바닥에 누워 저녁 하늘을 바라봤다. 하늘에 펼쳐진 그림 같은 풍경이 아름다웠다. 눈물이 또 났다. 죽음이 가까이 다가온 느낌이었다. 뱀이든, 코요테든 나를 데려가도 상관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어디선가 사람 목소리가 들려왔다. 수색대였다. 놀라 눈을 떴고, 본능적으로 도망쳤다. 언덕을 오르내리며 숨이 턱에 차올랐다. 발목을 삘 뻔하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잡히고 말았다. 그런데, 내 눈앞에 나타난 건 지아레였다. 그는 나를 업고 수색대를 따돌리며 빠르게 이동했다. "조금만 더 버텨." 그가 물을 건네며 말했다. 그의 도움을 받아 겨우 산기슭을 내려갔다. 미니벤이 기다리고 있었다. 조니가 있었다.
"바비, 정말 수척하네. 뉴스에서 네 탈출 소식 봤어."
"어떻게 알았어? 내가 산기슭에 숨어 있는 걸?"
"뉴스에서 난리였거든. 잭슨의 시신 근처에서 너를 찾으려던 수색대도 있었어. 우리가 운 좋게 먼저 찾았지."
"내 운을 다 썼나 봐..."
나는 허탈해하며 헛구역질을 했다.
"너무 고생했네. 이제 국경을 넘을 거야. 조금만 더 조심하자."
그들은 도중에 차를 세우고 나를 트렁크 아래 담요 속에 숨겼다. 수색대가 많아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한 것이다. 나는 어두운 공간에서 답답함과 두려움에 휩싸였다. '지아레를 믿어도 되는 걸까? 나를 팔아넘기려는 건 아니겠지?' 불안감이 머리를 채웠다. 동시에 살고 싶다는 본능과 복잡한 생각들이 엉켜 괴로웠다.
시간이 지나 공기가 희박해져 숨이 막히려 할 때, 지아레가 트렁크를 열었다. "이제 괜찮아. 국경을 넘었고 경찰도 더 이상 없어. 쉬어도 돼." 그는 담요를 덮어주며 말했다. 나는 그의 말을 믿기로 했다. 긴장이 풀리자 깊은 잠이 찾아왔다. 잠깐의 떠들석함도 있었지만 대체로 고요했다. 어디인지 너무 궁금해 차밖의 창문으로 슬쩍 보니 주유소였다.
'어쩐지 휘발유 냄새가 조금씩 나는 것 같긴 하더라'
하고 그 사이에 지아레랑 주유소 아저씨랑 수다떠는 모습을 보았다. 둘은 되게 정겹게 정황을 묻고 시시콜콜한 친구마냥 대화를 이어나가는 듯해보였다. 그리고 지아레랑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지아레는 나보고 나와도 된다는 사인으로 손짓을 했다.
"에어 나와도 돼. 안전해."
나는 어린 아이마냥 나왔다. 나는 뭔가 이 정도 위험은 감수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두 남자들이 나를 제압해서 죽인다한들 나는 텍사스가 아닌 것에서 오는 안도감이 컸기 때문이다. 텍사스에서 느껴지는 그 억울한 분위기. 나는 그것을 극도로 싫어했다. 그렇다보니까 새로운 곳에서의 탐험같은 느낌이 들어서 나는 그 점이 좋아서 차에서 유쾌하게 나왔다.
"에어 여기 주유소분이 그러는데 여기는 그나마 좀 마약상도 많고 자유로운 분위기래."
"텍사스에 비하면 그렇다 그렇죠"
"하하"
그 상대편은 얼굴이 하얗게 질러져있었다. 가을밤바람 때문에 얼굴이 얼어서 그런 것이었다. 그렇게 그는 코끝만 빨갛게 오른 채 웃음을 지으면서 말했다.
"저도 부끄럽지만은 부끄럽지 않게 말하겠습니다"
상대방이 말을 이었다.
" 원하시는 것을 들어서 그러는데 여기 근처에 원하시는 자살 클럽들이 많긴 합니다. 제가 듣기만해도 서너개 있는 걸로 알고 있어요. 그루가 하나 모아서 서로들의 사연을 듣고 서로의 원하는 방법을 통해 저승문을 간다고 하더라고요"
하면서 그는 주유를 도와주었다. 주유가 완료되자마자 지아레는 그에게 현금으로 100달러를 쥐어주었다. 그리고 말을 더듬거리면서 말을 꺼려하자 지아레가 남은 20달러를 주더니 그는 순조롭게 말을 이어갔다.
"만남의 장소는 언제나 다르지만 시간은 항상 같습니다. 8시 반. 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저도 소굴이 어딘지 몰라서 좀 찾아봐야할 것 같습니다. 이 야생에서 사람들한테 캐고 캐서 물어봐야할 듯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