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물고기

by 후드 입은 코끼리

나는 갑작스럽게 물고기를 키우게 되었다. 그것도 내 의지로 키우게 된 것은 아니었다. 처음에는 할머니께서 심심하다고 하셔서 집에 활기를 돋구고자 시작한 물고기. 그리고 나는 일주일에 한번씩은 꼭 가서 환수하고 오는 것이 나의 일상이 되었다. 물고기를 키울수록 애정이 생겼다. 식물을 키우듯이 물고기도 그런 존재같았다. 귀찮고 성가시지만 생각보다 보람찬 작은 행복을 느끼게 해주는 것. 그것이 나에게 구피들이 선사해준 행복이었다.

하지만 얼마 안 가서 구피들은 죽어나가기 시작했다. 그래서 테트라를 같이 넣었는데 어느새 테트라도 10마리에서 3마리로 줄어들었다. 그것들은 우리집에 대리고 와서 죽었다.


우리집에 대리고 온 이유는 할머니께서 관심이 없으신데다가 편찮으신 바람에 정신없이 우리집으로 대리고 올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렀기 때문이었다. 나는 물고기가 집에 있으면 집에 있는 고양이가 관심생겨서 걱정했다. 그리고 그 걱정은 사실로 이루어졌다. 고양이는 자기물바구니 대신에 어항에 있는 물을 계속 마셨다. 그리고 그것을 제지하는 것은 부모님과 나의 몫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물고기를 봐주다보니까 어느새 일상이 되어버렸다. 물고기가 하나둘씩 좋은 환경에 살기 위해 새우도 넣고 수초도 넣어서 길렀다. 그렇게 하나의 생태계가 생기다보니까 재미가 들렸던 것만 같았다.


그렇게 하나둘씩 물고기를 기르고 죽고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이것이 과연 의미가 있는 것인지 의문이 생겼다. 나는 사실 금방 죽는 물고기한테 시간과 돈을 이렇게 투자해서 정성스럽게 키워야하는 것이 맞나 싶은 의문이 들었던 것이다. 좋은 생명체가 이리 빨리 죽고 죽으면 새우의 먹이가 되어 뼈만 남는 과정으로 변하니 말이다. 징그럽기도하고 안쓰러움을 동시에 느껴야하는 이 상황에서 물고기를 키우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지부터 생각이 들었다.


가장 쉽고 편안하게 기르고 싶은 애완동물이라면, 아니 반려동물을 고르라면 당연 물고기다. 물고기가 주는 행복이 사실 그리 크지도 작지도 않다. 그렇게 입문하다보면 결국에는 어마무시한 취미가 생기는 것이다. 나는 너무나 다양한 취미를 가지고 있는 것만 같다. 글쓰기부터 유튜브 그리고 물고기 키우기까지. 이제는 베타까지 키우니까 더한 취미 아닐까 싶다.


베타는 꼬리가 긴 화려한 물고기인데 그것은 커플의 의미에서 남자친구랑 같이 하나씩 샀다. 둘이 베타에 애정이 가득히 담아서 키우고 있다. 하하. 그렇게 물고기를 키우기를 거북하던 내가 갑자기 물고기가 잘 살고 있는지 매일 체크하고 먹이도 섬세하게 주느라 바쁘게 살게 되었으니 아이러니하기도 하다. 그냥 뭐든 좋으니 인생이 아무쪼록 매일매일 잘 버티다보면 좋게 흘러가겠지. 물고기도 키우고 그러니까 말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야생 1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