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면을 계속해서 써야한다는 강박관념
이상하게 나는 가면을 써야만 사랑받을 수 있는 자격을 가진다고 생각했다. 나의 본모습을 보는 순간, 모든 사람들은 달아나는 것은 물론이고, 나를 질타하고 저격하며 인간말종으로만 볼 테니까 말이다. 마치 히틀러같은 인간이 다시 태어난 것 아닌가 싶어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한 적 있다. 그렇게 나는 거짓웃음으로 사탕발림으로 살아온지 어엿한 몇수년. 그렇게 나는 사랑받고 일부로 인정을 받아왔다. 그런데 그것이 과연 나 인지 너무 전전긍긍하며 살았다.
무엇이든 겉멋만 들어가지고 일부로 치장하려고 노력했는데 뱁새가 황새따라간다고 한다더니 딱 그것이었다. 마스카라도 이쁘장하게 하고 싶은데 눈썹이 짧아서 오히려 부해보이기도 했고, 먹는 약물이 많다보니 몸이 엄청 부어서 그런지 예전보다 부하기는 말할 수 없다. 하긴 5개월만에 거의 8키로가 쪘으니 말이다. 결국에는 나는 온몸이 붓기로 울룩불룩하게 되어있는데 민소매티셔츠를 입고다니고 싶어했으니 얼마나 꼴불견이었는가. 근데 나는 왜 겉멋을 포기하고 싶은데 포기하지 못한 것은 무엇일까. 강박적으로 나에게 강요하면서 너는 이렇게 노력해야해 하면서 내 자신을 조였다.
그래도 나는 구김없이 살고 싶어서인지 붉은색 티셔츠를 입고 다니고 일부로 짧은 치마, 짧은 바지를 입으면서 회사를 다니고 데이트를 당기고 다녔다. 헤헤 웃음을 보이며 해맑았지만 그 안에는 왜 그런지 모르지만 나는 아팠다. 민원인들 상대로 칭찬을 받아도 왜 나는 나에게 하는 말 같지 않았을까. 나는 그들이 나에게 친절하고 예쁘다고 칭찬할 때마다 내가 아닌 다른 가면에게 이쁨을 주는 것이기에 진정으로 마음속에 담아두지를 못했다. 그 말들은 흘러흘러 강물로 떠내려보냈고, 마치 변기통에 물 내리듯이 쏟아버렸다. 그리고 그것들을 한번도 보지도 않았다.
민원인, 즉 지나가는 사람들한테도 이런 식으로 들었으니 친한 사람에게 듣는 칭찬, 친한 사람들한테 듣는 행복 따위는 나에게 아무런 감각을 일깨워주지 않았다. 당연히 아무것도 없었다. 나는 개똥벌레만도 못한 인간일테니까. 그리고 사실 개똥벌레는 그래도 이름이라도 있지, 나는 사람들이 혐오하는 러브버그 그런 징그러운 것, 마치 다리가 무수하게 많이 달린 장구벌레같은 존재이지 않을까. 그냥 소비만 할 줄 알고 똥만 싸지르는 그런 벌레. 그리고 해충. 그들이 나에게 전달하는 소식통에는 불신이 가득했다. 그 불신들 안에는 혐오로 가득해서 내가 잔뜩 겁먹어 물어보지도 못했다.
"정말... 저를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맞나요?"
"저는 그렇지만 제 자신이 너무 하찮고 별볼일없는걸요."
"근데 왜 저를 이쁘게 봐주시는 이유가 있어요? 이렇게 징징거리고 아프고 무엇보다 성가신 존재이지 않나 싶은데요?"
등등의 질문이 입밖으로 나오려고 할때마다 말들을 목넘김하면서 컥컥거렸다. 생선가시마냥 따가운 말걸음들이 달렸고 나는 그런 나에게 진정으로 고생했다는 말들을 내 자신한테 왜 말을 하지 못할까. 내가 사실 들어도 되는 작은 말자국인데 말이다.
숨기고 살았다. 그리고 사실 계속 숨기고 살 것 같다. 언제까지 숨기고 살거냐고 물은다면 사실 나도 모른다. 언젠가는 괜찮아지겠지만 당분간은 괜찮지 않을 것도 알고 있다. 5년동안 안 좋았는데. 아니 그 이상으로 좋지 않았고 육체적으로는 10년 가까이 좋지 않았는데 뭐 좋아질 일이 있을까 싶다.
그런데 나는 왜 살고 있을까. 좋아지지 않는 이상한 삶을 살고 있는데. 비평적이고 가면으로 꼼꼼 감싸앉았는데 왜 나는 울지도 못한 채 살고 있을까. 차라리 감정이 매말라지 않았더라면 더 좋았을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