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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이 순식간에 나를 덮친다.

by 후드 입은 코끼리

잠이라는 것이 참 웃기다. 오라고 할 때는 안 오더니 갑자기 회사에서 2시에서 3시에서 갑자기 찾아온다. 나의 잠은 제멋대로이고 웃기고 무엇보다 눈치가 없다. 잠이 왔으면 하는 시간에는 눈이 수리부엉이마냥 반짝거리면서 야행을 즐긴다. 그 야행 속에서 눈은 계속 나빠지고 하품을 내뱉으면서 곧 있으면 자겠지 싶기도 하지만 결국에는 내가 잠드는 시간은 기상시간이 다되어서 순간의 폭삭 들어버렸다. 그때 힘겹게 눈꺼플을 갈아끼워 올리면 따갑기 그지 없다. 눈에 레몬을 뿌린 것 같다. 레몬의 시큼함이 계속해서 아리도록 시릴 때 세수 한 번과 양치 한 번 그리고 스킨케어 톡톡 바르기 시작하면 졸음은 달아난다.


잠결에 차를 타는 것은 다들 뜯어말리지만 모든 사람들은, 아니 직장인들이라면 다들 눈곱이 덕지덕지 붙어있는데도 7시에는 나서서 차에 올라탄다. 그래야 월급을 벌 수 있으니까. 흐규흐규. 월급을 힘겹게 벌기 위해서 이렇게 모든 본능을 저항한다. 커피 한 모금도 빨아보고 세수 한 바탕으로 정신을 맑게 차려본다. 그렇게 해봤자이긴 하다. 결국에는 운전대에서 가는 길은 매일 가는 똑같은 네비길. 막혀도 막히지 않아도 내가 따라가야하는 선택 없는 찻길. 찻길에서 차가 우르르 쏟아지며 너와 나를 엎으락 뒤치락거리면서 레이싱을 펼친다. 그나마 그렇게 하면 좀 집중이 되서 잠이 안 오긴한다. 근데 그 레이싱이 끝나고 회사에 도착하는 순간, 도달하는 무언가의 열등감과 긴장감으로 온몸을 휘젓고 지나간다.


그 마음은 아마 보라색과 파란색으로 엉킨 오로라빛일 것이다. 그 빛은 정신도 통과하지만 무엇보다 심장 한 가운데 정통해서 마음을 또르륵 물 방울들이 맺게 만든다. 심장에서 흘리는 눈물이 한 두방울 떨어질 때마다 호흡에서 느껴지는 그 시원한 아픔. 그 아픔은 결국에는 긴장감과 불안증세로 나타나는데 몸은 그래도 졸리다. 이상하게도. 눈은 꿈벅꿈벅, 심장은 쿵쾅쿵쾅, 손바닥은 흥건하게 젖어버린 땀으로 문을 열고 회사 출입을 한다.


오후 2시가 지나가고 점심시간은 무사히 넘겼을 때, 찾아오는 졸음. 이번 졸음태풍은 강력한 눈을 가지고 있다. 그 주위로 진입하게 되버리면 결국에는 눈이 감겨버리고 할 수 있는 모든 일들을 무력화시키게 만든다. 눈은 뜰 수 없는 것은 기본이고 사람이 물속에 잠식되어 일을 열심히 할 수있는 상태가 되지 않는다. 가만 듣던 옆자리 동료는 나를 깨워보겠다고 농 아닌 농을 던져보지만 농이 그렇게 쉽게 졸음태풍을 공격하지 못한다.


오후3시 이젠 진짜 눈물이 나고 정신이 나가서 당장 회사를 뛰쳐나가고 싶은 시간. 곧있으면 나는 이 회사에 적을 땔 것인지라 가슴이 아리지만 그래도 내 건강을 위해서 떠나는 짐봇다리를 어깨에 얹고 사색에 잠긴다.

잠 이놈의 잠. 너 때문에 하루가 이렇게 뒤엉키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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