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가 생긴다고 해서 술을 마시는 행위는 일절 금지
술을 잘 못마신다. 거기서부터 나는 시작해야할 것 같다. 그렇다고 술자리를 안 가본 것도 아니다. 거기서 느끼는 감정들이 휘몰아찰 뿐. 인간에게 이런 자리가 아고라도 아닌데 있어야할 필요가 있나 싶다. 왜 로마가 나중에 네로로 인해서 망했는지 이해가 가는 시점이었다. 술로 쾌락을 부르면서 한잔 한잔 마시다보면 인사불성이 되어있다. 그리고 자신이 인간인지 동물인지 햇갈려하면서 집에 찾아 나서는데 그러다가 쓰러지는 사람 한번 본건만 아니다. 그런 사람들은 자주 밤에 지하철소음을 백색소음으로 삼아서 자고 있었다. 그들 옆에 놓여진 소주병들과 그 알코올 냄새가 입에서 시게도 올라온다. 침과 오물이 모두 뒤범벅 되어 있는 상태의 인간이라니. 인간이라고 말하기도 부끄럽다.
나는 술을 마시고 싶어도 술이 맞지 않아서 아예 한 모금 댔다가 모든 음식물을 토사물로 바꾼다. 이런 너무 과한가? 그래서 무슨 일이 있어도 술과 함께하는 일은 20대의 유흥은 없었다. 주는 술 받아본 적도 없고 헌팅포차에서 남자 한 명 골라본 적도 없다. 친구들이 술 마신다고 하면 그제서야 나는 사이다를 쓰게 마시는 척하면서 크하 하고 소리치면 친구들은 비웃었다. 나 역시 부끄럽게 느껴졌다. 그래도 그것만이 나의 생존 방법이었고 안주킬러 소리를 대신에 많이 들었다. 술값 대신해서 먹어줘야 했기 때문이다.
술앞에서 그러나 진실을 보이는 법이라며 한 친구의 이야기에서 이 글이 비롯되었다. 술은 자신이 갖고 있던 비밀을 털어놓을 수 있는 수단이라며 자신은 술이 좋다고 말한 적이 있다. 술이 좋을 수도 있지만 그런 이유로 술을 좋아해서는 안된다고 생각이 들었다. 술은 술대로 즐겁게 마시고 자신의 피로를 푸는 식의 방식이라면 술 한잔 정도는 가볍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술에서 나오는 즐거움으로 글을 쓰고 용기를 내서 무언가를 행한다면 다르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레몬과 치즈가 쌓여있는 플레터 사이에 내 감정을 말한다니.... 이것이야말로 대재앙이었다. 나의 서투른 언어표현과 그 하나의 용기 하나로 시작하려는 관계. 그것이 진정한 관계형성인지도 모르겠다. 술에 비뚤어진 우리의 모습을 보고 헤헤덕 거리며 웃는데 그것이 과연 내가 시작하고자 하는 사랑이 맞을까 싶다. 술에 기대어서 만들어진 사람간의 정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말 것이다. 나는 아무리 값지고 비싼 술이 앞에 놓여있다한들 그 사람의 마음을 모르겠다는 식으로 쳐다볼 것이다. 그는 sober인 상태에서 결국 나를 마주치지 못하는 사람인데 말이다. 그런 사람의 진심은 하룻밤만에 사라지기 일수다. 술을 마시면서 그날은 막역한 사이에서 절대로 잊지 않을 평생의 친구를 얻은 거 마냥 대해준다. 그러면서 따라주는 술. 거기서 오는 나의 가치가 퇴색되고 만다.
술을 마시고 사람들이 자신의 진정한 친구가 생겼다면 모든 지구촌에 있는 사람들과 연결되어서 더 이상은 사람과의 인연을 만들 필요가 없을 정도가 될 거만 같다. 하지만 술은 그때 한정일뿐…… 야속하기만 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술은 우리나라에서 너무나 관대하게 높이 치켜새워준다. 술은 중독과 너무 연결이 되어있다. 자주 마시는 사람은 일주일에 서너번 자기 전에 꼭 마시고 들어간다. 혼술이 한동안 유행하면서 더더욱 술의 위엄이 높아진 것 같다. 혼술로 자신에게 취해서 하루를 마무리하는 사람한테도 다음날 술로 인해 자신의 머릿속이 어지럽혀져있을게 뻔한대도 말이다. 게다가 개인적으로 술로 인해 피해보는 사람이 너무나 많은데도 말이다. 음주운전이 발생할 수도 있는데다가 기내에서 난동부리다가 항공 내에서 위협할 수도 있는 것인데...... 나는 그렇게 사람을 믿고 음주하는 것이 가장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회사내에서도 술을 못마시면 왕따당하기 일수다. 못한다고 말해도 무조건 잔부터 채워서 말한다. 나는 절대 입 한 모금도 못한다 하더라도 일단은 마셔보라고 권유한다. 왜 그런지 모르겠다. 이 사회에 병적으로 술을 너무 좋아하는 탓이다.
술은 그렇게 친하지 않은 동료들 사이에서 시끌벅적하게 만들어놓아야만 분위기가 돌아간다면서 좋아해댄다. 금주법이 생겨도 사람들은 술을 찾기 위해서 서로를 막론하고 오히려 엄청난 부를 축적했던 1920년대처럼 절대로 금주시킬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놈의 술을 어떻게 해야 낭만과 동떨어지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