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성화 고양이

야옹

by 후드 입은 코끼리

새끼 때 대리고 와서

집에서 먹이고 재우고 키워줬다


모자람을 모르게 하는 것이

집안의 가훈


먹이도 풍족히 줘가면서

배고픔을 모르게하였고


사랑을 듬뿍 주면서

미움을 모르게 하였다


하지만 우리와 같이 지내려면

고양이는 자신의 정체성을 지워야만 했다

자신의 본능을 지워내야만 가족이 될 수 있었다


그 끔찍한 중성화 수술대 앞에서

울음 한 번 소리 내지 못하고

배에 긁히는 칼날에 찍소리 못하게

매말려갔다


고양이는 그 이후

먹어도 허기졌고

사랑해도 외로웠다


고양이는 하루종일 잠만 자다가

가끔 나를 보고 야옹 하고 운다


원하는 것이 뭔지 모르는 나로서는

너무 답답했다


고양이에게 얼마나 힘든 시기였을까

나만 답답한 것이 아니라

날짜도 모르고 죽어가는 날을 향해 살아가는

고양이한테는


죽음이 매일매일 도래하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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