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타래가 빗방울 사이로 지나가 바늘구멍으로 미끌려진다

by 후드 입은 코끼리

실타래는 원하는 것이 없었다.

부를 원하지도 명예를 원하지도 않았다.

안정도 필요 없었다. 오로지 정열적인 사랑을 꿈꿨다.


자신이 태어나기를 양모에서부터 빚어질 때

얇고 가느다란 솜뭉텅이들이 모여서 엮어졌던 날을 잊을 수 없다.

몸에 상처가 사이사이 끊어지지 않게 당겨지던 날이었다.

실타래는 결국 귀하게 다시 태어났다.

실타래는 타랫줄이라는 별명을 받기에는 눈이 부셔, 누군가에게 다시 엮여질 운명을 기다렸다.


반짇고리에서 오래도록 기다렸다

목에 입술이 걸릴 정도로 타들어가는 위스키의 한 방울이 따갑게 떨어졌다.

빗방울들이 창문에 오래도록 맺혔다. 그 빗방울들은 쏴, 소나기가 되어 한꿈의 노래가 들렸다.

고양이가 얌전하지 않은 날이었다.

여인의 손길에 타지도 못한 채 바닥에 내뒹굴어져버렸다.


수시간의, 숱하게 지나가고 말았는데 말이다. 실은 바닥의 어딘가에 길게 널렸다.

하얗게 새어벼렸다. 바늘구멍에 미끌리지도 못한채......


속았어. 너의 인생은 반짇고리에서도 살 운명도 아니었고, 미끌리는 운명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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