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죽음, 내일모레는 발인, 그리고 영원한 안식

비어있는 오후 4시 상갓집에서

by 후드 입은 코끼리


상갓집에 오게 되었다. 언젠가는 올 날이 오늘로 정해진 모양새다. 그렇지만 나는 생각보다 슬프거나 흐느끼고 있지 않다. 우리 모두 준비된 죽음이었다. 그 죽음은 숭고하지도 않았다. 죽음은 너무 처연하게도 슬프고 고통스러웠다. 누군가가 보기에도 창피했지만 그토록 원하지 않았던 가여운 죽음이었다. 하늘나라에 도착한 91세의 어느 노인의 슬픔, 비통, 그리고 그 작은 숨소리까지 다 도착했으려나. 가족들이 이렇게 하늘 밑에서 의연하게 웃으면서 조문객을 반기는데 그들의 마음 한 편에는 괴로운 처사가 남아있었을 것이니 말이다. 셰익스피어의 구절들이 다 사랑스럽게 느껴지지 않는다. 적지 않은 도닥거리는 소리가 난다. 사람들이 허공을 통해 화면을 쳐다보고 멍하니 스크롤을 한다. 그들은 이 지긋지긋한 시간이 지나가기를 바라는 중이다. 틱탁틱탁거리는 검은 의복 입은 한국인들. 한국인들의 정갈함은 깔끔하기 그지없다. 난공 없는 총체적 난국. 고독한 손상의 어머니 손길. 떨어질 듯 말 듯하게 닿을 듯했지만, 그 영혼은 아마 사라진 지 오래되었다. 새벽 5시에 떠나갔으니까 말이다.

달래고 달랠 수만 있다면 아버지의 검은 넥타이가 계속 주름지고 있다. 같인 자리에 같인 자국으로. 더 진하게 더 아프게 접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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