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속에 흘러내리는 엄마
우리 엄마는 사는 것이 퍽이나 힘들다. 편찮으신 할머니 곁에서 매일 반찬을 해다 주신다. 어느 날은 볶은 김치와 장조림을 직접 만들어서, 어떤 날은 할머니가 드시고 싶어 하는 얼갈이와 깍두기를 사가지고 가신다. 할머니는 8월부터 편찮으셨는데 생각보다 더딘 회복에 가족들의 근심이 가득 쌓이다 지쳐있다. 엄마는 그렇게 매일 할머니에게 전화를 아침저녁으로 건다. 할머니의 하루를 묻는다기 보다는 할머니의 목소리가 힘이 차 있는지 궁금해서 전화를 하는 것과 비슷하다.
그렇게 비가 오는 날에 심하게 아프게 되었다. 엄마는 꼼짝달싹도 못하게 침대에 누워만 있다. 단순 몸살이었다면 약 먹고 잘 텐데 말이다. 그것도 아닌 것 같았다. 엄마는 속이 꽉 차있는 듯한 기분이 들어 먹먹해했고 무엇보다 물도 마시기 힘들어하는 상태로 누워있었다. 비는 이렇게 추적추적 많이 떨어져 바닥은 흠뻑 젖고 있는데 말이다. 놀란 고양이들의 아지트 속에 비치는 물웅덩이가 한 움큼씩 파져 있다.
엄마는 할머니의 병간호 때문만에 아픈 것 같지 않다. 우리가 제대로 움직이지 않은 결과도 있다. 나는 글을 쓴다고 작정한 다음부터 책과 작문에만 힘쓰고 있다. 오로지 활자에 미쳐있는 동안에 엄마는 딸의 앞가림을 위해 모르는 사이에 청소와 빨래를 몰래 해주셨다. 나는 알고 있는데도 그것을 당연시 여겼다. 오른팔이 부풀어 오른 엄마에게는 고통이었지만 자신의 할 일이라면서 꼭 챙겨주셨다. 나는 그저 엄마에게 도움 줄 수 있는 일은 세탁기 위에 있는 건조기에 옷을 넣는 것과 설거지가 전부였다.
엄마는 하루가 아프도록 시렸다. 매일 텔레비전 앞에 앉아계신 엄마를 보면 잔주름이 가득했다. 그 주름이 파이고 닳았다. 그리고 엄마의 속을 모르는 자식들에게 매일 치여받아 살아오셨다. 사랑으로 뒤덮인 사람이었지만 갈수록 아파지더니 나중에는 형색도 못 알아볼 정도였다.
비는 계속해서 무뎌지게 쏟아진다. 빗소리는 알차게 똑똑 우기게 떨어지는데 우리 엄마는 그 날씨에 맞게 누워있다. 아픈 엄마 옆에서 무엇이라도 해줄 수 있냐고 물으면 그냥 물 한 잔만 갔다 달라고 하신다. 물도 미지근하게. 찬 물의 개운함도 필요 없어했다. 그 물은 냉장고 정수기에서 받으면 안 되기 때문에 미리 받아놓은 컵에다가 물을 채워서 갔다 주었다. 엄마는 그 물을 마시는데 엄마 냄새가 훅 났다. 엄마의 감기기운 냄새와 엄마의 살냄새가 뒤섞여서 역하게 느껴졌다. 아프면 나는 비리도록 쓴 냄새가 있는데 그 냄새가 엄마의 근처에 어슬렁거린 것이다.
그래도 꾹 참았다. 사실 참을 수밖에 없었다. 엄마인데 내가 거기다 대고 엄마를 씻길 자신도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냥 엄마가 아파서 당연히 나는 냄새였다. 그 냄새는 방안을 곳곳이 배어있었고 방 안에 들어갈 때마다 노크를 하게 되었다. 노크는 나를 미리 준비시키는 일종의 루틴이었다.
엄마 친구들한테서 연락이 왔다. 엄마를 무척이나 걱정해 주는 이들이 나에게 엄마 모시고 병원 가라고 재촉했다. 그 재촉을 넘어선 부탁을 나는 들어주고 싶었으나 몸이 돌처럼 굳은 엄마를 모시고 가기에는 나 혼자 역부족이었다. 남동생한테 같이 가자고 말했는데 그놈은 말뿐이고 누워서 휴대폰만 하고 있었다. 가끔 동생이 같은 배에서 나온 자식이 맞나 헷갈린다.
엄마는 그러다가 나를 찾았다. 약국에 가서 약 좀 사달라고. 험한 비를 뚫고 가는 길은 어지러웠다. 비와 쓸려진 흙냄새가 깔려있었다. 뒤덮여있지 않았지만 가끔 차마다 그 바퀴에 끼여있는 흙들이 물장구를 만들었는데 바지에 쏟아지는 물 튀김으로 바짝 놀라기도 했다. 동생과 같이 차 타고 나갔다. 물범벅된 차 속에서 희미하게 보이는 하얀 줄을 따라 서행 운전을 했다. 집 앞인데도 차가 보이지 않아서 어디서 나타날지 모르는 하이에나들을 양보하기 위한 운전이었다.
하필이면 휴대폰도 급하게 나와서 놓고 나왔다. 엄마와의 소통이 단절된 채로 나섰다. 엄마의 니즈를 모르는 상태에서 그냥 산 약과 혹시 모를 푸른 주스도 같이 사 왔다. 그리고 동생을 마냥 기다리는데 섬나라에 혼자 동떨어진 흙 줍는 아이가 된 기분이었다. 아무한테도 연락할 수 없고 비는 틱틱 떨어지며 부스스한 머리가 올라 뻗히고 있으니 말이다.
커피 한 잔을 사 오느라 늦었던 동생이었다. 참으로 놀랐다. 그 사이에 그래도 자기 볼일 다 보고 온 동생이었다. 그리고 다시 한번 찻길에 올랐다. 차가 습했는지 서리가 꼈다. 동생은 해결을 하려고 했으나 수영장에서 봤던 광경과 비슷한 창을 보니까 정신이 없었다.
차에서 내리고 우리는 엄마한테 쪼르르 달려갔다. 엄마는 여전히 아파 누워있었다. 엄마에게 약을 전해주면서 오늘 하루는 아무 생각하지 말라고 일러주었다. 엄마는 그런 우리를 이해해 줬을지 모르겠다. 아니 우리가 엄마를 더 챙겼어야 하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엄마는 이 비가 계속 오는 상황에서 아파하고 있다. 엄마의 절망과 눈물이 사라지기를 바라며 아픈 이들 모두 힘을 냈으면 하는 바람에서 글을 끄질 끄질 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