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의 오후, 양재천 주변 카페를 찾았다

수필:결국 사랑하는 이와의 대화가 좋다

by 후드 입은 코끼리

사랑하는 이와 함께라면 무엇이든 성공하고 무엇이든 돌파할 수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암에 걸려도 항암치료와 방사선 치료로 모든 것이 모여서 한 곳에 뚫어내듯이 밀어주는 약이 있듯이, 사랑은 그런 마법을 가지고 있다. 사랑으로 어떤 해결방법이 안 되기는커녕 사랑으로 모든 세상이 이루어져 있고 사람의 마음이 따뜻해진다. 작은 참새도 작은 물갯지렁이도 모성애로 아이를 감싸며 말해준다. 사랑은 어디에나 있다고.


사랑은 꽃을 피우고 지기도 한다. 하지만 소나무 같은 이파리를 내기도 하면서 평생을 약조하듯이 살아가는 사랑도 있다. 사랑은 애증의 관계처럼 분노와 질투가 섞여있을 수도 있는데 이 같은 경우는 실타래가 복잡하게 실려있어서 타래를 끊어내야만 풀리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사랑의 수는 수도 없는데 증오의 수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폴 메카트니도 세상에 있는 문학인들도 사랑으로 세상이 돌아간다며 사랑을 찬미했다.


사랑은 그렇게 잔잔하게 피는 들꽃과 비슷하다. 어디서든지 볼 수 있다. 작은 아이들의 몸속에서 내장되어 발동하듯이 말이다. 커피 한 잔에도 따스함이 담겨있는데 술의 속 타는 뜨거움에도 정이 있는데 말이다. 사랑은 가난이든 부자이든 들꽃에서 피고 진다. 그리고 진 상태의 꽃을 회개하며 우리의 삶을 하곤 푸르게 만들어주었다.


나는 그런 세상이 참으로 좋다. 사랑을 지고 피고 반복하는 과정 속에서 사람들이 성장하는 세상말이다. 사람들의 세상에는 들꽃들이 강한 잡초가 되어가면서 들꽃은 자신의 줏대가 펴진다. 꼿꼿하게 피어오르면서 그들의 개성이 무성하게 피어오른다. 결국에는 자리 잡히면서 사랑의 뿌리를 내려놓는다. 개성과 같이 자신의 짝을 찾는 방법인 것이다.


달빛아래 프랑스 에펠탑 타워 앞, 프렌치 키스를 하면서 보는 야경은 무척이나 야릇하다. 그 야릇함이 평생 갈 거만 같지만도 않다. 이 순간만 맛볼 수 있는 사탕이다. 그 사탕을 꼭 깨물면서 와그작 씹어먹어 본다. 그런 사랑도 도파민이 펼쳐지면서 이루어지는 그런 사랑도 아름답기만 하다. 그 아름다움은 비행기 타고 오는 길에서 멈추기를 바라지만 결국에는 끝이 나 있다. 다시는 프랑스를 돌아갈 수 있을까, 다시 그런 낭만을 내 인생에서 맛볼 수 있을까 하면서 그때 입은 옷과 향수를 잔뜩 포근하게 안고 온다.


그렇지만 현재 내가 있는 장소는 그렇게 아름다운 곳이 아니었다. 동네에 있는 양재천을 따라, 우거진 숲 속으로 이루어진 메타세쿼이아 나무길을 훔쳐서 내려다보면 서 있는 한적한 카페들. 그 골목에 앙상하게 추운 가을날씨인데도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시켜본다. 손발이 시려서 손가락 사이사이를 서로 깍지를 낀다. 그러면서 대화를 나눠본다. 우리는 그렇게 촬영하고 흥얼거리며 노래를 부른다. 삶의 영속성이었다. 우리의 미래는 밝을 것이며 언제나 녹녹하게 살 것이라고 소소한 약속을 해본다. 아이가 생긴다면 더 좋을 것 같다면서 코가 빨갛게 올라온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우리도 역시 파리 앞 에펠탑 앞에서 낭만적이게 사랑을 속삭이고 싶어 했다.


양재천의 숲길 속 커핏집은 사람이 북적했다. 어린아이들도 자전거를 몰고 왔다. 어른들은 이 기간에만 즐길 수 있는 양재천 뷰라면서 너도나도 할 것 없이 테이블을 붙잡고 앉는다. 바람이 귓바퀴를 돌고 석연치만은 않았다. 감기가 들 수도 있는 날씨인데 노란 모자 쓴 할머니들이 커피 한 잔을 동그랗게 모으고 잡고 있었다. 그들의 우정은 내가 생각한 대로 7년이 넘었나 보다. 그 40년간의 우정이 얽혀서 우리에게 온 인연이라고 생각했다. 우리가 바라볼 수 있는 그들의 화려한 우정은 금보다 빛났고 무지개보다 밝았다. 양재천에서 그런 영광을 바라볼 줄은 상상도 못했다.


애인과 나는 그렇게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집에 와서 내일도 이런 생활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하면서 헤어졌다. 헤어짐이 예고되어도 배앓이는 계속 진행되었다. 내가 생긴 그 뭉쳐진 뱃속은 오빠에 대한 사랑이 우거져서 나타난 증상이었다. 내일도 만나고 싶고 내일모레도 만나고 글피도 만나고 싶다. 그런 나날이 언젠가는 오기를 바라며 오늘 시원하게 마신 아메리카노를 배수구에 흘러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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