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살이 되면 학교에 갈 준비를 한다. 이제 나는 나라에서 인정하는 어린이다. 7살까지는 내가 제일 큰 언니였다. 모든 것을 양보할 줄 알았고, 내가 하는 일이 최고였다. 엄마와 아빠는 그런 나를 자랑스러워했다. 손발을 잘 씻을 줄 알았고, 양치를 꼬박꼬박 해서인지 충치도 생기지 않았다. 하지만 흔들리는 이가 몇 개 생기면서 아랫니가 빠졌다. 그때 내 모습을 보고 엉엉 울었는데, 곧 새 이가 나면서 간지럽기만 했다. 엄마는 그때 내가 다 컸다면서 엉덩이를 토닥여주었다. 나는 엄마의 포근한 품에 더 있고 싶었지만, 어린이이기 때문에 뿌리칠 줄도 알아야 했다.
3월이 되자, 집에서 10분 거리의 학교에 가게 되었다. 학교는 무척 낡아 보였다. 학교의 생김새는 직사각형이었다. 그리고 "그저00초등학교"라고 적혀 있을 뿐, 어떤 곳인지 알 수 없었다. 학교에 가보니 줄지어 서 있는 책상과 의자들이 있었다. 책상과 의자는 모두 나무로 만들어져 있었고, 틈새에는 날카로운 것이 있어 손가락이 잘릴 뻔하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의자의 모서리에 궁둥이를 대지 않고 조심히 앉았다. 앉고 보니 발이 바닥에 닿지 않았다. 다리를 흔들거리며 앉아 있는데, 검은색 양복을 입은 어른이 다가왔다.
"저는 선생님이에요. 담임 선생님이라고 하지요. 여러분, 1년 동안 잘 지내요~" 선생님이 말하는 것이 무슨 뜻인지 하나도 모르겠어서, 나는 손가락 두 마디씩 세며 앉아 있었다. 그러다가 뒤에서 엄마가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손마디를 세며 선생님의 말이 끝나기만을 기다렸다. 이제 더 이상 할 일이 없었다. 한 손가락당 손마디가 3개씩 있다는 것을 이해하고 나니 할 일이 없어졌다. 그렇게 손마디를 책상 위에 긁으면서 천장을 보니, 천장에 선풍기와 네모난 무언가가 박혀 있었다. 가운데에 정가운데에 박혀 있었고 그 변마다 길쭉한 선이 하나씩 더해져 있었다. 나는 그 용도가 무엇으로 사용되는지 몰랐다.
"오늘은 첫날이니까 부모님과 함께 옆에서 제 이야기를 들어주세요~" 검은색 옷을 입은 선생님이 말하자마자, 엄마는 나를 앉히고 책상 위에 종이와 연필을 꺼냈다. 내가 좋아하는 핑크색이었다. 엄마는 선생님의 말을 열심히 들으며 하나하나 주의를 기울였다. 내가 하지 않아도 되니, 나는 쇠창살로 막혀 있는 창문 사이에 머리가 들어갈까 궁금해하며 일어나려고 했지만, 엄마는 나를 절대로 일어나지 못하게 꽉 눌렀다.
나는 아쉽게도 창밖의 햇빛을 바라보며 뛰노는 언니와 오빠들을 보았다. 한쪽에서는 언니들이 소꿉놀이를 하고 있었고, 나도 끼고 싶었다. 다른 쪽에서는 오빠들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축구를 하고 있었다. 그 오빠들은 키가 장대처럼 크고 머리카락 색도 물들어 있었다. 그래서 나는 다시 한 번 눈을 깜빡였다. 확실히 노란 머리의 오빠들이었다. 한국 사람도 노란색 머리가 날 수 있나?
"엄마, 노란색 머리도 있어?" 엄마는 대답하지 않았다. 내가 너무 크게 말한 탓에 주변의 다른 아이들이 꺄르르 웃었다. 나는 왜 웃는지 몰랐다. 엄마는 한참 동안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야 나를 내려놓았다. 그리고 둘째 손가락을 입 가운데에 대며 조용히 하라는 사인을 보냈다. 나도 엄마를 따라 했다. 그리고 엄마를 뒤로 하고 앞을 바라보았다.
"내일부터 우리 다시 만나요. 내일부터 재미있게 학교생활을 합시다~ 오늘은 끝!" 나는 '끝'이라는 말에 벌떡 일어나 엄마에게 달려갔다. 다른 아이들도 마찬가지였다. 나만 다리가 허전하게 느낀 것이 아니었다. 엄마는 내 책가방을 들어주었고, 우리는 낡은 학교 건물을 빠져나왔다. 나는 다시는 그곳에 가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