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자전적 사유
이영지의 small girl이 확실히 유행하는 듯하다. 그녀의 허스키한 목소리로 잔잔히 들려주는 사랑이야기. 자신의 터프한 모습이 여성스럽지 않아서 남성에게 자신의 매력을 보여줄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가진 내용. 우리가 건전하고 건강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많이 보지 못해서, ADHD를 겪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못봐서, 틱장애를 가져서 특이한 소리를 내는 사람을 잘 이해하지 못해서, 그 사람의 매력을 못볼까봐에 대한 의문이 든다. 그 매력을 보지 못하면 우리는 사랑에 빠지지 못하는 것일까?
우리는 고약한 냄새가 나는 사람을 기피한다. 나 역시 오늘 병원에 갔는데, 한 달은 족히 씻지 않은 사람이 들어왔다. 식초가 상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 사람을 보며, 건조해 말라가는 그의 피부결을 보고 본능적으로 회피하고 말았다. 가만히 앉아서 그에게 상처를 주고 싶지 않았지만, 나 역시 피하는 것이 상책이라 여겨 결국 피하고 말았다.
그런데 만약 그가 나의 행동을 유심히 지켜보았더라면, 그 사람은 나에게 상처를 받았을 것이다. 작은 별에게도 자책이 몰려왔던 윤동주 선생님처럼, 밤이 되니 오늘 오전의 기억이 떠올랐다. 그 기억은 나도 모르게 남에게 상처를 준 것만 같아 미안하고 죄송스럽다.
사람은 어떻게 하면 사랑을 가지고 세상의 눈높이를 바라볼 수 있을까? 그저 운명의 상대에게만 몰입해 사랑을 한다면, 그것이 정말 아름다운 사랑일까? 노인의 이야기를 듣고 구역질하지 않으며 그 시절을 추억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 남의 토사물에 뒤덮인 술주정뱅이의 고통스러운 하루를 나는 이해할 수 있을까?
회개의 시간은 저녁이 적당하게 느껴진다. 사람들이 하루를 정리하며 오늘 있었던 일들을 돌아보기 시작하면, 자신의 죄가 눈에 들어오기 마련이다. 나 역시 사람인지라, 다양한 사람을 보며 평가해 왔다. 저 사람의 코트와 신발이 어울리지 않아서 거리에서 걸어도 되겠어? 저런 사람은 왜 안 잡아가고 뭐 하는 거야? 욕설이 난무한 고등학생 사이에서, 세종대왕의 목소리가 울리는 듯한 느낌을 받으며 나도 벅차오르고 폭력을 휘두르고 싶었지만, 가녀린 여자라 할 수 없어서 숨어 지나갈 수밖에 없었던...... 나도 사람인지라 죄가 너무 많이 쌓여있다.
그런 모든 생각들을 다 지우고 깊은 잠에 빠지고 싶다. 그런 악행을 머릿속으로 상상한 것만으로도 나는 죄를 지었으니, 오늘 하루를 잘 보냈다고 뿌듯해하기 어렵다. 글을 많이 썼다고 해서, 책을 많이 읽고 신문을 읽었다고 해서 나를 칭찬하기도 어렵다. 돈을 아꼈다고 해서 가정의 가계부를 안정시켰다고? 아니야. 오히려 누군가는 소비해야 하기에, 나라도 소비를 줄여야 한다고 생각하며 자책의 끈을 계속 붙잡고 있는 내 자신을 다독이며 자고 싶다. 자책하면서도 스스로를 다독이고 싶은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