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여 맘 고쳐먹고 덜컥 회개라도 해서 당신 사랑 되찾는 꼴은 결단코 볼 순 없습니다. 도리 없어 전하긴 했어도 속으론 계속 그 구렁텅이에서 허우적대길 은근히 바랐던 속내까지 어찌 감추겠습니까? 얼마나 싫어하고 미워하는데요. 당연히 당신도 그러리라 멋대로 행간을 읽은 겁니다.
내 해석 실력으론 저편을 차별 없이 아껴서는 안 되는 데 자꾸 사랑하신다니 약이 너무 오릅니다. 독점하고픈 요나 식 사랑 표출방식이니 어쩌겠습니까?
그리고 앞으론 제발 내가 하자는 데로 좀 해주세요. 편을 분명히 갈라주셨으면 해요. 내 쪽이 아니면 몽땅 당신도 함께 해선 안 되는 사마리아 사람쯤으로 취급하셔야 비로소, 오로지 내 사랑임을 확인하고 마음을 놓지요. 자존심도 구겨지지 않구요.
물론 얄밉긴 하지만 우리랑 똑같이 니느웨 사람들도 '사랑받을 소중한 존재'라며 맘에도 없는 말 그럴싸하게 잘하고 있긴 합니다. 두말하면 잔소리죠.
상종 못할 세리 같은 부류들과 함께 식사하시는 것도 영 맘에 들진 않습니다. 물 길러 나온 이방 여인은 또 어떻고요, 최소한 나 정도 조건쯤 되면 모를까. 턱없이 미달하는 혈루증 앓고 있는 죄 많은 여인까지 어쩌자고 관심을 보이시냐고요. 당신을 사랑하는 나만, 내가 인정하는 구역 안에 든 것들만으론 양이 안 차세요? 욕심 너무 과하십니다.
당신이 아무리 '사랑'이라 가르쳐주셔도 '미움'으로 오역하고는 키득키득 우겨대고 있는 꼴이라니요. 억지 춘향 식 해석 능력 대단하죠? 그래도 걱정은 마세요. ‘들키지 않게’ 저들도 우리가 보듬어야 할 형제요, 자매라고 기도는 하고 있으니까요.
너그러운 척, 사랑 실천하는 배려인 양. 게다가 당신이 싫어하는 눈치이기도 하니 속내 감추고 꾹꾹 참아가면서 억지웃음도 짓고 천사인 척 하기도 여간 어려운 게 아닙니다. 감쪽같이 속이는 기술 터득해야 하니 교육과 훈련도 결코 게을리하지 않습니다.
원수사랑 가당치도 않고요. 아직까지는 그럭저럭 버티고 있습니다만. 기도만 끝나면, 교회만 나서면 언제 그랬냐며 딴 사람으로 돌변합니다. 헐벗고 굶주린 이들에게 ‘배부르게 하시죠, 따뜻하게 왜 안 입으세요?’ 이 정도로 당신 명령 행한 걸로, 사랑 실천한 걸로 가름하고 있잖습니까.
맘에 좀 맞지 않는다고 벽을 쌓아 이쪽과 저편으로 쫙 갈라놓고는 슬슬 피하는 거 당신이 모를 리 없으실 테고요. 한데 저 쪽도 당신은 똑같이 사랑하시는 게 도대체 이해가 되질 않아요. 두루뭉술한 기도는 물론 쉬지 않습니다.
그렇게 안 되길, 될 리 없길 간절히 바라고 믿으면서 ‘믿습니다’를 습관처럼, 후렴처럼 내뱉고 있는 건 아닌지요. 우리 편만으로도 바쁘실 텐데 세리의 기도까지 챙겨주십니까? 혹시라도 세리 기도가 응답되면 어쩌나 라는 불안에 맘 편한 날 없습니다.
얼굴이 화끈거려 고개를 들지 못하겠어요. 주일을 노는 날로 아는, 우리처럼 당신 위해 시간 드리고 물질까지 바치는 건 어리석다는 저들의 바람도 다 받아 주시면 분통 터져서 못 사는 거 아시지 않나요?
저 쪽 사람들이 잘되는 꼴은 절대 못 보고 말고요. 우리처럼 작은 죄인과 무지막지한 저 죄인들을 구별 않고 사랑하신단 말이잖습니까? 안됩니다, 절대. 당신 사랑받을 만하다 믿는 나랑 생각이, 관점과 시각이, 표현방식이, 태도가 다른 이들을 용서하고 사랑하며 섞일 수는 없습니다.
저들도 똑같이 사랑해 달라며 체면도 있는 데다, 남들도 다 듣고 있으니 속에도 없는 간구를 가증스럽게 여전히 하고는 있습니다만. 무엇보다 당신이 그러길 바라시니 뾰족한 도리도 없고요. 혹시라도 당신 눈 밖에라도 나면 큰일이잖습니까?
당신은 단지 내가 조종 가능한, 로봇 기능을 가졌으면 더 이상 바랄 게 없겠습니다. 멸망받아 마땅한 상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닐 뿐입니다. 맘먹은 데로 해줘야만 흐뭇해하며 날 사랑하는 줄, 끼리끼리만 좋고 행복하면 상관없다며. 똘똘 뭉쳐 목청껏 부르짖고 있는 이 편 속에 슬그머니 숟가락 하나 얹은 지 한참 되었습니다.
겉으로야 거룩한 척 당신 사랑을 내가 싫어하는 저 편에게도 충만하게 내려달라고, ‘안 들어주길’ 간절히(?) 원하는 뻔뻔한 기도에 열심인 바리새인 무리 속에 끼어있음에 이젠 놀라지도 않긴 합니다.
이마저도 무뎌진 게 언젠 지도 모르겠네요.
감히 고개도 들지 못하는 세리처럼 회개기도를 해 본 적이 그저 까마득할 뿐입니다. 회칠한 무덤처럼 썩은 냄새나는, 속내가 드러나지 않는다고 철썩 같이 믿는, 또 하나의 요나인 나의 어리석음은 언제쯤 깨어질지요?
소돔과 고모라에 의인 다섯만 있어도 구원하시겠다는 당신이신데. 저 성읍 니느웨를 완전히 멸망시키는 것으로 해석했는데요. 왜 하필 저를 보내서 사람들을 살리려 하시는 지요? '아멘! 맞습니다.' 저 성읍은 패망하는 게 당연합니다. 안 되는 꼴에 ‘감사합니다’, 우리 간구 들어주셨다며 역시 당신은 우리 편만 사랑해 주신다고 찬양했는데요. 그게 아니었다니요.
순전히 우리끼리 만든 기준으로, 당신 뜻과는 아무 상관도 없이 ‘사탄아! 물러가라' 라니요? 내 틀 속에 가둬 당신을 조종하려는 지독한 독선과 착각을 물끄러미 바라보시며 늦게라도 엠마오로 내려가는 두 제자처럼 영의 눈이 밝아지기를 기다려주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