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쯤 밖에 안 지난 것 같은 데 딸내미의 운전 실력, 아니 엄밀히 말하면, 반듯하고 정확하게 주차시키는 능력이 아빠인 내가 못 이길 만큼 민첩하고 예리하다.
"어랏!"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주차가 자신 없다며 따로 내게 개인 교습받은 지가 얼마나 됐다고......
원래도 시원찮았던 공간지각 능력이 나이를 먹으면 감가상각까지 되는지 조금씩 조금씩 쪼그라드는 걸 숨기는 건 한계가 있나 보다. 한참 왕성하게 쑥쑥 올라가는 딸의운전 실력과 '그래도 아직은......' 이라며 자존심만 여전한 내가 경쟁을 해보겠다는 것 자체가 어째 좀 이상하긴 했다.
더군다나 내가 면허를 취득했던 한참 전 그 시절과는 시험의 시스템이 몰라 볼만큼 바뀌기도 했다, 특히 실기 시험은. 도로 주행까지 통과해야만 발급되는 체제로의 변화는 바람직한 듯도 하고.
게다가 최근 출시되는 차량은 웬만하면 첨단 기능이 기본 옵션으로 장착되어 있지 않은가? 운전자가 훨씬 편하고 안전하게 운전하도록 받쳐주고 있으니. 아직도 후방 카메라의등장은 내겐 신기할 따름이긴 하다.
주차 때나 후진 시 운전석 창문 너머로 고개 쑥 뺀 채 연신 뒤를 살피다가, 또 후방 거울로 조정도 하던 실력은 결코 남에게 뒤지지 않았는데. 유일한 방법이기도 했고. 최대한 뒤를 살피는 능력 하나로 비교적 능숙(?)하게 그리고 근근이 버텼잖은가.
편하라고 내장된 후방 카메라의 사용에 여전히 적응을 못해 주차할 때면 몇 번씩이나 왔다 갔다를 반복하는 아빠가 답답했는지 내게 운전 훈련받으며 쩔쩔 메던 옛날 실력이 아님을 증명해 보였다.기기가 최첨단이면 뭐하나 적응해야 하는 내가 따르질 못하니......
스마트 감각과 아날로그 감각의 차이일까, 적응 능력은 감히(?) 따라잡지 못할 수준이 돼버렸으니 격세지감이란 단어는 이런 때 쓰라고 만들어졌나 보다. 여전히 구닥다리가 더 편함을 느끼고 있는 걸 보면 분명하다.
자동(automatic)으로 바뀐 후에도 수동에 베인 습관을 버리지 못해 스틱(stick)에 나도 모르게 손을 올려놓는 게 편할 때가 있으니 말이다. 뒤처지지 않으려 감각 익히기에 최선을 다하고는 있다.
만약 청출어람 없이 영원히 나의 운전 및 주차 실력을 딸이 따라잡지 못한다면 도대체 발전과 개선은 어떻게 있을 수 있겠는가?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
서운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테고, 대견하기 이를 데 없는 딸의 일취월장에 얼마나 감사하던지. 청(靑) 색이 남(藍) 색보다 더 푸르지 않았다면 거창하게(?) 역사는 영원히 퇴보할 수밖에 없었을 테고 오늘날과 같은 세상의 진보는 불가하지 않았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