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테 하는 거 반만큼만이라도 내게 하란다

아낄걸 아껴야죠

by 박점복
"아이고! 얼마나 애쓰셨을까요!"

"감사해요. 귀감이 되어 주셔서."


꽤나 긴 40년 교직 생활을 마감다. 그 때 받았던 동료들과 지인들로부터의 과분한 격려와 보상이 얼마나 감격럽던지.

만감이 교차했다던 선배들의 경험을 실감하면서, 내게 건넨 격려들이 차창에 비쳐 차근차근 스쳐 지나가는 아련한 추억 되어 한 폭 풍경화로 파노라마처럼 펼쳐졌으니.......


그런데도 이상한 건 남들이 인정해 마지않는다는 수고에 나는 정작 한마디 격려도, 잘 버텨 주었다며 고마워지도 않았으니 희한한 일이 어찌 아닐 손가? 늦게라도 짧은 손 등 뒤로 뻗어 톡톡 두드리며 "수고했어!" "애썼네!" 할 만도 하련만. 작 아낄 건 아끼지도 못 하면서 이런 건 아끼겠다는 의지(?)는 또 뭔가......


얼마 전 찾아온 결실, '관광 통역사 자격시험 합격'에 함께 준비하며 도와주셨던 분들의 아낌없는 토닥거림 또한 나를 다시 우뚝 세워주지 않았던가?

실수할 때마다, 기준치에 못 미칠 적마다 기운을 불어넣으며 "잘하셨어요! 합격 점수 훌쩍 넘셨어요!"


박수 때문에 자칫 '내 실력이 짜 이 정도?' 으쓱할 뻔도 했으니. 자신감 껏 올려주며 얼마나 힘을 실어 주던지, 합격 축하한다면서. 반전을 대비하고도 남을 만큼의 넉넉한 쾌거였니다. 그런데 정작 난 내게 너무도 인색하게, 고상한 척 '자만은 금물이지' '사람이 겸손해야지' 라며 내리 누르기만 했으니.


도무지 뿌듯해도 괜찮을 자긍심마저 얼굴 한 번 내밀지 못하게 틀어막은 게 왜 그렇게 많은지........ 의연한 척은 혼자 다 하면서 마치 '자기 비하'가 '겸손함'인 줄 심한 착각에 빠져서는.


나르시시스트처럼 허상에 빠져 허우적거리지 않도록, 겸손이 뭔지도 모르는 거드름을 과감히 걷어낼 줄 아는 능력으로 오늘도 나에게 내가 "고마워, 감사해! 건강하게 이겨 냈어" 라며 마구마구 힘을 불어넣어 줄 테다. 눈치 볼 것 없이 맘껏. 그럴 자격 마땅하고 말고다.


스스로에게도 인정 못 받는, "사랑해" 소리 한 번 듣지 못하는 낮은 자존감으로 도대체 누구에게 나를 선 보일 수 있단 말인가. 충분히 대단한(?) 존재이다. 이제부터라도 '뿜 뿜'거려 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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