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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보다 '부장님'?

이름에 붙인 '님'호칭은 어떠세요- 지혜 샘!(선생님의 준말)

by 박점복

직급의 높낮이를, 업무의 위임 정도를 가름하는 방식, 즉 계장, 과장, 부장 호칭을 교직에도 빌려다 쓰기 시작한 게 언제부터였을까요? 소위 대기업들만큼의 대우는 바랄 수도, 애초부터 별로 바란 바도 아니었지만 그래도 업무의 책임과 권한의 적정한 배분까지 필요 없진 않았을 테니.

그림 출처-티스토리

교사란 원래 아이들을 가르치고 성장시켜 사회에 꼭 필요한, 저들만이 해낼 수 있는 몫을 잘 감당토록 교육하는 일을 담당하는 이들을 일컫는다. 보다 넓은 세상으로 훨훨 그리고 맘껏 날 수 있도록 하는 신성(?) 한 일을 수행하는 자 아니던가? 보람을 먹고사는 직종임을 누구라서 감히 부인할까?


때문에 맹자께서도 인생삼락 중 하나로 천하 영재를 얻어 가르치는 일이야 말로 아무나 가질 수 없는, 가르치는 자만 누릴 수 있는 낙(樂)으로 일갈하지 않았던가?


교사는 모두가 존경해 마지않는 '선생님!"이란 소중하고도 아무에게나 붙여 사용할 수 없는 호칭을 선사받은 존재들이다.(요즘이야 웬만하면 딱히 호칭이 정해져 있지 않거나 어떻게 부르라며 정해진 바가 없을 땐 만만한 게 '선생님'인 듯 여기저기 누구나에게 쓰고는 있지만 말이다)

그 선생님 앞에 곁다리처럼 붙는 직급을 나타내는 호칭의 변화가 조금은 이해가 쉽지 않으면서도 굳이 그런 별칭을, 회사에서의 표시법을 가져다 쓰는 게 마득지는 않다는 생각이 여전하다. 물론 저의 개인적 견해이긴 하지만 말이다.


보직에 불과한, 그래도 최근엔 기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좋은 게 좋다고, 교무부장, 학생부장이라며 선심 쓰듯 계장보다, 과장보다 더 높은 부장 호칭을 붙이고는 있다.


교사로 발령을 받은 1980년대에는 교사 직급 표시 체계가 일반 평교사, 부서를 책임지는 부서장 호칭인 주임 교사, 그리고 교감, 교장으로 분류되었던 기억이다.


여전히 평교사의 호칭인 '선생님!' 그리고 교감, 교장은 그 때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유독 중간 직급이랄 수 있는 부서의 장을 일컫는 호칭의 변화가 왠지 씁쓸할 뿐인 게 유감이다. 법적 직위도 아닌 각 학교의 형편과 상황, 규모에 따라 적용하는 보직에 불과할 뿐이어서 그럴까?


1980년 첫 발령을 받고서 들었던 기억에 따르면. 예를 들면, 그 때나 지금이나 학생들이 가장 만나기 싫어하는(?) 학생 문제 관련 사안을 주로 다루는 책임부서의 장을 학생주임, 교무를 총괄하는 부서장은 교무주임으로 불렀던, '주임'이라는 별칭으로 부서장을 부르기 시작한 세월인 듯싶다.


[주임(主任): 어떤 분야에서 주가 되어, 맡은 일을 책임지고 관리하는 직위]


우리 독립투사들을 체포해 갖은 핍박으로 괴롭히던 일제 당시 파출소의 형사 관련 업무 담당자를 형사과 주임으로 불러서였을까 아니면 괜한 선입견 때문일까 썩 좋은 어감은 아니었던 듯싶었다, 주임은.


이렇듯 첫 발령지에서 익숙했던 주임 별칭이 언젠가부터 '과장'으로 은근슬쩍 옷을 갈아입었다. 한동안 그래서 귀에 자주 들렸던 소리는 교무과장님! 연구과장님!이었다.


혹시 누군가 불만을 토로한 교사가 있었던가 아니면 당국에서 스스로 위상이 너무 낮다며 '과장'에서 '부장'으로 승진(?)을 시켰을까? 과장이 귀에 익을만하니 '부장'으로 바꿔준단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판단이 애매하지만 '계장님!' 별칭은 처음부터 사용하지 않았나 보다. 너무 낮은 듯 해 최소한의 자존심마저 지켜주지 못하는 건 아닌 가라는 생각 때문이었을까?


교무부장님, 연구부장님, 진로진학부장님이 자연스러워지고 보편화된 지금도 여전히 이런 호칭의 사용보다 '선생님!'이라는 너무도 고맙고 과분한 호칭을 성함과 함께 사용하는 게 얼마나 좋을까라는 소박한, 개인적인 바람을 가져 본다.

회사들 역시 호칭을 직급 대신 이름에 '님'자를 붙여 '○○님!'으로 고쳐 사용하기 시작해 이제는 자연스러운 문화가 될 만큼 자리를 잡았다니 우리 교직 또한 "민규 선생님!, 새롬 선생님! 재인 선생님!"으로 정착시켜 감이 어떨까 한다.


꼭 주임이니 과장이니, 부장이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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