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거기서 그치면 그나마 나을 텐데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자기가 뭐쯤 되는 줄 착각하며 피우는 거드름 이라니요, 정말 눈뜨고는 못 봐줄 밉상이지요. 알곡의 겸손을 얼마나 멸시를 해대는지요?
그 뻣뻣함과 교만을 추수 때까지 참고 기다리는 농부들!
왜 가라지의 저 꼴 꾹꾹 눌러가며 보고만 있는지요? 농부들도, 옆에서 같이 크고 있는 알곡들도 감히 무시 못하는 대단한 존재인양 뻔뻔스레 착각하고 있잖습니까?
농부의 손길 따라 묵묵히 크고 있는 알곡들이 가라지 지들보다 능력이 부족해서, 할 줄 몰라서 견디고 있는 줄 고개 꼿꼿이 쳐든 체 거만 떨고 있는 모습 좀 보시라니까요.
마치 농부가 못 알아차릴 만큼 교묘해서 그러는 줄, 의기양양 콧방귀 뀌어대는 안하무인 정말 가관이지요. 꼭 추수 때까지 기다리셔야 합니까? 그냥 보고 있으려니 역겹기 그지없는데요. 빨리 좀 저 꼴 안 보도록 싹둑 잘라 내버리시면 안 될까요?
혹시 나도 다른 이들이 빨리 사라지길 바라는
또 다른 가라지?
어떡하면 좋지요? 농부의 깊은 속내는 진정 알다가도 모르겠으니. 가라지의 뻣뻣함이 농부의 뜻에 척척 들어맞아서 가만 두고 있는 건 아니라니까요. 저도 가라지일 수도 있는 데 왜 나서서 답답해하는 건지? '아하! 저는 가라지 일리가 없다' 정말 착각도 어느 정도 분수는 있어야 할 텐데말입니다.
순종하며 잘 자라고 있는 알곡까지 자칫 가라지 뽑으려다 상하게 될까 알곡을 사랑하는 농부의 안타까움과 배려가 깃들어 있는 줄 쭉정이들이 알 턱있겠습니까?
인내하며 지켜보는 농부의 너른 마음, 좁아터진 속내로 짐작이나 할 수 있을지? 함께 자라고 있는 주변 알곡들의 재촉을 추수 때까지도 깨우치질 못하고 있을 텐데요.
황금 들녘 추수하는 그날이 바로 D-day랍니다. 어깨와 목에 잔뜩 힘 준 채 쳐들고 숙일 줄 모르던 가라지 가차 없이 베어 버리는 농부 맘을, 같이 자라던 알곡들의 인내를 묘한 감성으로 지켜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