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후 주인에게 버려질 안타까운 제 처지를 말이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주인의 온기 서린 손가락 사이에서 뜨거운 생(生) 불태우고 있었으니.
어느덧 그놈의 열정의 상징, 빨간 불꽃이 필터 가까이 까지 쳐들어 오면 대충은 감지하긴 했을 터. 곧 버려질 운명을. 그래도 주인의 처분 따라 꽁초들이 임무를 다한 후, 길바닥이 아닌 근처 쓰레기 통에 버려지게 되는 호사라도 누리면 다행 이겠지만.
그 벤치 근처는 언제나,특히 점심시간이면 커피나 음료 한 잔 손에 들고 꿀맛 같은 휴식을 누리는 이들로 북적인다. 누가 가르쳐 준 적 없어도 그리로 가야 됨을 알고 몰려든다. 그러면서 '식후 3초 후 불 연초면......'을 금과옥조처럼 지켜낸다.
오전 일과 중 있었던 에피소드를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줄줄이 털어놓으며. 둘도 없는 동반자, 담배 한 개비 입에 폼나게 문 채 말이다.
"야! 우리 팀장 있잖아. 어제 집에서 뭐안 좋은 일 있었나 봐.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왜 그걸 오늘 회사 일 처리하는 데 까지 끌고 들어오냐구......"
"그리고 영걸 씨 조만간 좋은 소식 있다는 데, 아냐?"
어느새 벤치 주변은 하얗게 떨궈진 꽁초들도 서로서로를 바라보며 신세를 위로한다.
건물 주변 환경 정화를 책임진 관리인이 이따금씩 쓰레받기와 빗자루를 들고 어김없이 나선다. 물론 뭐라 말은 딱히 하진 않아도 무언의 협조 요청과 함께 말이다.
바로 옆이 쓰레기통인데 거기 좀 버려주시지요.
효과는 거의 없음을 경험으로 알고 있던 터라 그러려니 하며 자신에게 주어진 일 묵묵히 수행한다.
'그래도 우리 때문에 당신도 먹고살잖습니까?' 그러니 너무 타박하지 말란다.내뱉는 이 아무도 없었지만 그 소리가 한참은 귀에 쟁쟁거리며 떠날 줄 모른다.
꽁초 함부로 아무 데나 버리면 안 되는 거 모르는 분 그곳에 있을까? 단언컨대 단 한 사람도 몰라서 그냥 주변에 손가락으로 튕겨내는 묘기와 함께 바닥으로 버리는 분 없고 말고다.
알면서도 안 되는 이 희한한(?) 인생사
어쩌면 좋단 말인가......
"그래 참! 잘도 나셨네요! 나는 비록이런다지만 당신은? 모범시민으로 추천이라도 해 드려요?"
뒷담화 소리가 여전하긴 해도, 수없이 저지르는(?) 위반들을 어떻게 개선하며 조금이라도 지켜낼까를 고민하지 않을 순 없다.
어려운 고차 방정식의 수학 문제처럼, 내 수준으로는 한계가 분명한 물리적 원리나 규칙이라서 못한다면야 배우고 실천해 나갈 때까지 시간이 만만치 않겠지만. 이 건(件)은 그런 어려운 공식과 원리 알아야만 풀 수 있는 난제는 아니지 않은가?(오히려 학습으로 안 되기에 훨씬 난이도 높은 문제일 수도)
잘난 척 좀 그만하라는 비아냥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옴을 감수해 마지않으며 써내려 가 본다. 단 이 글이 지적하는 문제에 누구도 절대 예외가 될 수 없는, (나를 포함한) 이 사단을 어쩌면 좋단 말인가?
엄마 아빠 손 잡고 지나가는 어린이들이 물끄러미 둘러보며 지나가고 있다. 뭐라 하진 않아도 퀭기긴 하단다. (거창하게 정치하는 이들의 역겹기 그지없는 뻔뻔함도 정작 몰라서 그러는 걸까?) 그래도 양심까지 내다 버린 건 아니라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