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그래도

자꾸만 줄어드는 가짓수

by 박점복

야금야금 고치에서 곶감 빼먹듯

할부금 청구는 결석 한 번 하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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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꼽아 기다리긴커녕 넌더리 치며 그만 좀 왔으면, 빨리 끝났으면 해도 뜻대로는 되질 않는다. 없는 집 제사 돌아오듯 인정사정 봐주지 않고 꾸역꾸역 밀고 들어오는 것도 비슷하고.


그래도 현역 시절, 매달 15일은 떠미는 이 없었지만 마음은 이미 그날에 바짝 다가가 목 길게 뺀 채 기다렸던 세월을 산 게 불과 몇 년 전이었니. 이력이 날만 했을 즈음 꽤나 덤덤하게 맞기도 했었던가?


월급 대신 연금이, 15일 에서 25일로 옮겼다며 유일한 낙(樂)으로 날 찾을 즈음 숨길 수 없는 반가움에 문간까지 버선발로 뛰어 나가 안부를 묻고 있다.


호들갑 없이 차분하게 받아들일 날 곧 닥칠 테다.


감격과 감흥마저 사라질 즈음이면, '이제나 올까? 저제나 올까?' 명절 손주 기다리며 동네 어귀까지 나와 서성이시던 할머니의 애절함처럼 손꼽을 게 남아는 있을 는지.


'이번 생일 선물은 뭘까......' (아니 육십이 넘어 가지고는, 푼수 좀 그만 떨랜다)기대에 부푼 순수가 그래도, 아직은.


콩닥콩닥 설레는 가슴, 인생 반쪽 우둑커니 기다리던 젊음조차 훌쩍 떠났으니. 목 쭉 뺀 채 기다릴 목록에서 빠진 지도 한참 되었고.


세뱃돈 고대하던 어린 시절 그때로 행여 되돌릴 수는 있을지...... (기다릴 걸 기다려야지 원!) 꿈이라도 맘껏 눈치 살피지 않고 꿀 수 있을 날을 하염없이 그리고 은근히 세어보고 있다. 더 이상 오지 않는다 해도.


간절히 만나길 바라마지 않는 것들이 얼마나 남았는가? 저절로 찾아 오진 않는단다. 비슷한 세월을 살아 낸 이들과 위로하며 나누는 게 최상의 방법 이리라.


그들 또한 정성껏 준비한 것으로 되돌려 줄 터. 과부 마음 홀아비만큼 알아줄 사람 없다잖은가.그런 친구들을 만나고 싶어 손가락 꼽아가며 세고 있다.


깊은 속내 거리낌 없이 주고받을 형을, 아우를 빨리 만나련다. 창가에 턱 괜 채 하염 없을 저들과 어우러질 시간을 말이다.


'난 그러지 않을 거야!' 건방을 떨던 시절, 미래를 앞서 사셨던 이들의 소중한 경륜을 몰라도 그렇게 모를 수가. 겸허히 받아 늦게나마 깨우친 어리석음을 털어놓을 벗들을 목 길게 뺀 채 기다리고 있다.


아직은 띠 띠고 기운 차려 돌아다닐 수 있는 낮이니, 깜깜한 밤이 사정 봐주지 않고 닥치기 전, 헤치며 어깨 걸고 나설 그때와 그곳을, 그리고 그대를 여전히 기다려 볼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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