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울 뿐 #5

나도 알아, 안다고!

by 박점복
내비게이션 없는 운전이 상상은 되시는 가?


그 무슨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얘기'냐며 핀잔도 감수해야 할 판이다. 괜히 생각만으로도 아찔하기도 하고. 그렇다고 없었을 땐 못 살았느냐? 꼭 그런 것만도 아닌 데 말이다. 우리 인간들의 적응력, "와우!" 정말 대단하잖은가? 위대(?) 듯도 싶고.


가끔은 혹시 이 첨단 시스템 없었다면...... 못 살 것도 같은 강박감이 훅 밀고 들어온다. 뭔지 모를 어색함과 두려움까지. 벌써 이렇게 되었단 말인가? 그 장치가 있어도 판독 미숙으로 헤매다 벌어지는 뻔뻔한(?) 행위들도 심심찮다.


우회전으로 빠지라며 친절하게 안내를 하는 데도 늘어 선 줄이 장난이 아니다. 조금이라도 더 빨리 가겠다고 진행하다가 얍삽한(?) 운전 실력으로 곡예하듯 쓱 끼어들면 되겠다는 심산이다. 뒤따르는 운전자들을 교묘하게 돌려세우며 한껏 약까지 올리고는 '룰루랄라'할 터이고. 뭐 잘못된 거 있느냔다.


그렇게 한 참을 더 전진한 후, '자! 이제 끼어들 테니 뒤차들 알아서 적당히들 처신하시오'. 무조건 먼저 차 앞머리부터 들이밀면서 말이다.

"어어어! 저런 xxx 없는 xx를 봤나"


갖은 수단 다 동원해 가면서 입에 담기 쉽지 않은 육두문자를 맘껏 내뱉는다. '도대체 경찰들 어디서 뭐 하고 있는 거야, 저런 놈들 안 잡아들이고' 분할 화면처럼 동시에 떠오르는 또 다른 화면 속 상황이 왠지 모르게 너무 익숙 건 뭘까?


웬일일까? 가장 우측 마지막 차선 줄이 촘촘하다. 고속도로를 빠져나가겠단다. 촉박한 시간 맘만 급해 가지고는 방법 찾아 애를 써본다. 이 긴 줄 기다리긴 죽어도 싫고.


"에라! 모르겠다"


직진 방향 차량까지 진행 못하게 옆 차선 하나 떡 하니 막은 채 끼어들 때까지 뒤차는 좀 참으란다. '뭘 이 정도 가지고......'라며

'자! 그럼 일단 막무가내로 차 앞 머리부터 들이밀며 들어가 볼까?'

박을 테면 박아 보라니. 뒤에서 덤벼든 차가 잘못이라며. 똥이 무서워 피하는 사람 어디 있는가? 괜히 건들거나 밟으면 나만 더러워지고 냄새까지 베니 비켜주는 거지.


얄팍하기는. 마치 지가 잘나서 알아서 틈새를 제공해 주는 줄 착각하는 저 망상은 어쩌면 좋단 말인가? 불과 며칠 전 내가 자행(?)했던 찌질함과 빼다 박은 쌍둥이다.


틈새를 저 차가 끼어들겠다며 쫄밋쫄밋거린다. 그 꼴은 못 본다며 묘한 신경전이 펼쳐지고 있었다. 아니 감히 내 앞을 비집고 끼어들어...... 어림 반 푼어치도 없단다. 끼어들 틈 주나 보라며.


"이 보시오! 저 끝에서부터 인내심과 끈기 하나로 참고 여기까지 꾸역꾸역 기다시피 왔는 데....... 당신은 날로 먹겠다고. 내가 무슨 대한민국 최고 호구로 보이시오!"


며칠 전 끼어들겠다고 깜빡이로 신호 보냈을 때 뒤차 운전자도 저랬을까? '나 정도의 기막힌 운전 실력 소유자' 한테 말이다. 순전히 혼자만의 망상에 얼마나 같잖았을까?


개구리 올챙이 적 모른다고, 내 사전에 끼워주는 배려란 없다며, 그 무슨 역사적인, 중차대한 게다가 세계적 대사라도 되는 양 이러는지?


끼어들겠다는 그대도, 끼어들어 보겠다 안간힘 썼던 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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