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빡깜빡'이신가요 '일부러'피하세요?

메멘토 모리 (memento mori)

by 박점복
재수 없게 죽는 얘기냐며 눈길 한 번 주지 않은 채 고개를 휙 돌려 버린 게 나였으니 일러 무삼하겠는가?


지금 내게 주어진 삶의 토막을 낭비 없이 죽을 둥 살 똥 잘 살아 내려는 이유는? 드러내 놓고 언급하는 것조차 꺼려지긴 해도 결국 우리 인생들의 최종 목적지 '죽음'에 멋지게(?) 도착하기 위함이다.


마치 초중고 10여 년을 온갖 수단 다 쏟아부으며 공부에 올인하는 까닭이 누가 뭐도 원하는 학에 꼭 진학해 보겠다는 것 아닐까? 그 어떤 고상한 이유를 대 보지만 마침내 수렴되는 곳임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고 부인하지도 않는다.

(숙한 죽음을 상급학교 진학과 비교다는 게 어째 좀 어울리진 않는 듯도 하다.)


그냥 이래 저래 살다가 죽을 때 돼서 똑같이 죽는 거라면 모든 생명체에 공통일 테고 누구도 예외는 없을 테니, 노력이고 뭐고 딱히 할 필요조차 없을 터이다.

하지만 10여 년 공부 결과 좋은 실력과 우수한 성적으로 본인의 간절함을 성취시켜 주는, 수 삼수까지 해 가면서 렇게나 가고 싶어 하 명문(?) 대에 진학하는 게 목표라면 상응하는 피와 땀을 흘려야 함을 감히 누구라서 '아니오!' 한단 말인가?


단순 조건, 즉 나이 먹 과정만 마치면 아무나 들어갈 수 있는 전형이라면 청춘의 그 아까운 시간과 정열을 굳이 쏟아부을 어리석은 이는 없고 말고다.


잘 죽기 위한 과정 역시, 삶의 계단마다 최선을 다해 최상의 결실을 맺어야 후회를 줄일 수 있다. 원하는 학교 진학을 위해 다양한 방식에 맞춰 열심히 스펙 으며 학창 시절을 보내야 함과 전혀 다를 바 없잖은가?


때문에 잘 죽기 위한 목표 성취는, 그냥 남들처럼 사니까 살아서는 실패만 남을 뿐이다.

(이렇게 식은 죽 먹기라면 누가 '죽음'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겠는가만......)

낙오한 학창 시절을 보낸 후 후회하듯, 잘 죽기라는 심오한 목표는 근처도 못가 본 채 그냥 언저리를 배회하다 맞이하는 아픔을 피할 도리는 전혀 없다.


자칫 시기를 놓치고 애통해하는, 비만 오면 개울가에서 '개골개골' 슬프게 울어대는 청개구리 신세를 면할 길은 없다.


몇 달 사이 연이어 맞게 된 사랑하는 가족의 죽음, 이 무겁고 비통하기만 했던 아픔을 먼저 받아 들고 저들을 하늘나라로 보내 드리려니 남은 자들에게 회자(膾炙)될 삶이 문득 내 곁에 다가와 그럼 당신은 어쩔 거냐며 묻는다.


종교에 따라 저들을 보내드리는 곳이, 의식은 사뭇 달랐어도 결국 우리 곁을, 이 땅을 떠나겠다는 저들을 우리 힘으론 붙잡을 수 없던 한계는 전혀 다르지 않다, 예외는 없었다.


그렇게 나를 하늘로 이사시킬 아이들에게, 남은 가족들에게 이 최종 목적지에 성공적으로 입성하기 위해, 긴 여행 무사히 마치겠다며 피나는 노력 게을리 한 적 없었노라 증명해야잖을까.


빛나는(?) 합격증을 마침내 받았음을 떳떳하고 자랑스레 나눌 수 있는, 기억하고 기념하고픈 순간이 되길 소망해 본다. 그 누구에게도 예외 없을 죽음이, 내 죽음이.


"memento mo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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