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련된(?) 오늘의 기준을 적용시켜 보면 불과 십수 년 전인데도 그때는 왜 그렇게 운동장 조회가 많았는지......
조회(朝會): 학교나 관청, 또는 일반 회사 등에서 업무를 시작하기 전에 학생과 선생 또는 평직원과 간부 직원 전원이 모여서 일과나 목표에 대해 얘기하는 아침 모임을 말한다. <국어사전 풀이>
월요일이면 애국조회, 토요일 반성 조회, 게다가 중간중간 임시 조회라 하여 일주일에 서너 번은 운동장 조회를 하면서도 그러려니 했지 왜 운동장 모임이 이렇게 많으냐는 등의 불평은 감히 생각지도 못하던 때였지 않은가?
영어 한마디 못하고 괴물 쇳덩어리 같은 컴퓨터엔 손 한 번 못 대 봤어도 굳건히 살아가는 이들을 괜히 측은해하며 아득한 옛날에서 건너온 외계인쯤으로, 혹시 세련됐다 생각하는, 현대인들은 볼지 모르겠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전혀 그렇지 않듯 꼭 운동장 조회 횟수가 현저히 줄어든 지금이, 많다고 느꼈던 그 당시보다 낫다고는 할 수 없는 일이다.
학교 실정에 따라 다르긴 하겠지만 정기적으로 보다는 필요에 따라 운동장 조회가 실시되고 있는 요즘과 괜히 무식해(?) 보이던 그때를 단순 비교하기는 곤란하다. 어쨌든 수 없는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오늘에 이른 것은 분명하다.
학교마다 교내에 방송망이 설치되었고, 운동장 조회 시간을 견디지 못하는 허약한 아이들도 한 둘씩 늘면서부터는 운동장 조회 횟수는 서서히 줄어들었고 모니터를 통한 실내 조회가 늘기 시작했다.
선생님들과 상•하급생들이 몸을 부딪히고 얼굴을 서로 대하면서 갖는 운동장 조회만큼 생동적이진 못하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유용하게 교실 모니터를 통한 전체 모임도 심심찮아진 것이다.
몇 년 전 운동장 조회에 함께 참여하면서 신기해하던 캐나다인 원어민 영어교사의 표정을 기억한다. 우리처럼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치러야 할 시상식이나 특별한 행사도 있을 텐데...... 도대체 저들은 어떻게 해결하는지? 운동장 조회라는 제도가 있기는 한 건지?
어쨌든 한 번이라도 조회 횟수를 줄이면 무슨 큰 난리라도 날 것처럼 했던 그 시절부터 조회를 위한 조회, 학교장의 준비 안 된 훈화를 듣기 위한 운동장 조회가 그래도 많이 사라진 현재까지 운동장 조회 모습을 비교하면서 희한한 느낌을 쉽게 지울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자신만 아는, 이기주의가 팽배한 현실 속에서 전체로써 그리고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전교생이 함께 모일 필요는 있을 테다. 모두가 축하해 주고 교훈을 받아야 할 경우도 있다는 뜻이다.
단지 바라기는 강당 같은 시설이 구비되어 추운 겨울 벌벌 떨거나 더워서 비지땀을 참아가며 견뎌야 하는 훈련 같은 운동장 조회는 사라져야 한다. 물론 아직도 운동장 조회를 인내력과 체력을 길러내는 훈련으로 삼아야 한다는 무리도 없진 않지만 말이다.
다행히도 최근 학교엔 강당 및 체육관 겸용 건물이 지어져 예전 운동장이 도맡아 했던 모임과 행사를 진행할 수 있도록 변화 개선되고 있으니 말이다.
'모 아니면 도'라는 식 논리로 운동장 조회를 완전히 없애 버리거나 아니면 괜히 운동장 조회를 갖지 않으면 서운해하며 습관처럼 조회를 위한 조회를 가져도 좋다는 뜻은 아니라는 것이다. 필요에 따라 적절하게 조절할 줄 아는 능력이 있지 않은가? 우리에겐.
사람 마음 참 간사하다 더니 이따금 그래도 그 운동장 조회가 그립기도 하니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