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자

우는 연기? 웃는 연기?

by 박점복

웃지만 웃는 게 아닌, 속은 문드러지고 있다. 연기자의 숙명이려니 하면서도. 슬퍼 죽겠는 데도 웃음을 선사해야 할 팔자를 티 나거나 발각되지 않도록 교묘하게 연기해 낼 능력을 갖춘 이가 최고의 연기자란다. 하지만 정작 우리네 인생살이에서는......


딸아이가 학예회 대표로 멋진 연기를 해냈다며 트로피를 받아왔단다. 마치 자신의 일인양 환희를 억누를 길 없는 데 극도의 슬픔에 몸조차 가누기 힘든 애절한 연기가 주어졌다. 천연덕스레 해내야 하는 애끊는 슬픔 연기는 감탄 그 자체이며 이입된 감정에 울지 않을 수 없다. 베테랑 연기자였기에 가능한 일이었을 터.


그렇다면 반대의 경우는? 부모님 중 한 분은 이미 손 쓸 방법조차 없단다. 백약이 무효이고. 요양원으로 모실 수밖에. 그런 어머니의 상태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만큼 불안하고 위태 위태하시단다.


한데 이 연기자에게 주어진 역할은 얄궂게도 희희낙락, 깔깔대며 자지러지기를 한 두 번도 아니고 드라마가 끝날 때까지 계속해야 한다니 이를 어쩌면 좋을까?


그러기에 저들의 연기력은, 비록 연기지만 감탄을 자아내고 말고다. 입이 간질거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를 어떻게 꾹꾹 누른 채 참았을까? 그곳에서조차, 털어놓을 수 없었다면 화병(火病)에 답답한 가슴, 우울증까지 어떻게 극복했을지.


속으로 안으로 꾹꾹 내리누르며 온갖 슬픔 재료 삼아 감정 이입하는 능력의 최대치를 뿜어내고 있다. 아버님의 중환자실 입원으로 마치 돌덩이가 가슴을 억누르고 있지만, 극 중 사랑하는 여인과 일생일대 최대 이벤트 결혼식을 거행하고 있다. 얼굴엔 생애 단연 최고의 미소와 더불어.


세상에서 가장 기쁜, 사랑하는 평생 짝을 만나 온천하에 '우리 마침내 결혼했어요! 를 자랑하고는 있지만 이 연기자의 아버님은, 어머님은 힘들고 고통스러운 하루하루를 버텨내셔야만 하는 처절함을 말이다. "나 사실은 지금 너무 슬퍼 죽을 것 같아요!"며.


연기력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표현해 내는 인물과 동일시를 통한 메서드 연기는 최고 연기자가 도달해야만 하는 경지일 것이다. 진정한 프로 정신만이 처리할 수 있는 수준이다.


우리 삶의 여정 그러할까?혹여라도 남의 화려한 깃털 주어다가 까만 자신의 속내 순간 감춰 보겠다는 까마귀의 얕은 속셈 연기 가지고는 진실 앞에 곧 바닥이 드러나고 말 해프닝 그 이상도 이하도 되지 않는다.


감쪽같은 연기보다 진실이 듬뿍 담긴 삶을 살고 싶다. 연기라는 가면 속에 진실이 가려지질 않기를, 허위와 가식과의 싸움에서 결코 지는 일은 없어야 할 테다. 연기같은 삶이 아니라 삶이 곧 연기인 인생이길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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