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호! 이틀 남았다"

안다고 착각했던 거죠

by 박점복

D-2일이다.


아니 무슨 우주로켓 발사 기다리는 카운트 다운도 아니고, 대입 수능 앞에 둔 수험생의 초조함도 아니다. 물론 합격자 발표, 공모전 당선자 발표 기다림 표시 또한 아니다.


아내가 그만 잘 버티며 넘어가는 듯싶었는데 그 병에 덜컥 걸려들고 만 것이다. 위태 위태했었는 데 아니나 다를까 병원 진단 결과는 우리 가족이 전혀 원치 않던 바였다.


그렇게 둘째에서 발단이 된 우리 집 상황이 급기야 아내에게 까지 불통이 튄 것이다. 그나마 4 식구 중 큰 딸과 나는 용케도 살아(?) 남아 있는 중이다.


물론 아직 장담은 금물임을 잘 알고 있다. 차라리 식구 모두가 한 번에 걸렸으면 하는 마음까지 들었다. 원인은 명확히 밝혀진 바 없기에 답답하긴 했어도 둘째의 증상과 일련의 확진 과정을 통해 대비는 나름 했었지만.


그렇게 둘째는 이틀 정도 제 방에서의 치료를 통해 회복되어 갔다. 본인 근무처로 옮겨 갈 수 있는 여건이 형성되어 자동으로 격리 치료가 가능했다. 젊음도 한몫했을 터.


한 시름 놓는 가 싶었는 데 덜컥 아내의 증상이 심상칠 않았다. 본인은 아니라며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지만 객관적 판단은 우려 그 자체였다. 아니나 다를까 검진 결과는 양성(positive)이었다.


격리를 일주일 시행해야 한다잖은가? 큰딸과 함께 대처해 내야 했기에 마음의 부담이 훨씬 가볍긴 했어도 잘 해낼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섬을 숨길 순 없었다. 백지장도 맞들면 났다는 데 뭐.


그렇게 시작된 아내의 격리 수발은 늘 받기만 주로 했던 날 깨우쳐 주고 있다. 겨우 일주일 정도 가지고 대단한 것 터득한 양 하지만, 게다가 딱히 몰랐던 것도 아니고.



처지가 바뀌면 당연히 감수해야 함은 두 말의 여지조차 없었지만, 단순히 아는 것과 실제로 닥쳐왔을 때의 대응은 마치 이론과 실제의 차이처럼 상당했다는 것이다. 참! 대단한 걸 빨리도 깨우치고 있는 나다.


주로 받아만 먹을 때야 늘 이런 '고정관념'에서 한 치도 못 벗어났잖은가? '아니 있는 반찬 대충 차리는 게 뭐 그리 큰 일이라고' 밥이야 씻어서 앉혀 놓기만 하면 전기밥솥이 척척 제시간에 맞춰서 해주겠다 뭘 그리 생색이냐며 꽤나 찌푸려 댔었는데.


막상 해보니 받아먹기만 하던 때와는, 구시렁구시렁거릴 때와는 영 딴 판이니 이럴 때 거창하게 '역지사지'라는 표현을 쓰는 가 싶다.


한 5일을 매 끼니마다 밥, 반찬, 국을 따로 장만해 들여 줄 때마다 '야! 이거 그나마 일주일이니 다행이지 만일 한 달이었다면, 아니 일 년, 평생이었다면 어쩔 뻔했을까?'


헌데 지금까지 아내는 그 일을 묵묵히 담당해오지 않았던가. 아니 그래도 나 정도 남편이면 어디 내놔도 그리 못된 남편 아니고 말고라며 생색 꽤나 냈었으니 말이다.


'사랑하는 그대여! 대단한 철학적 깨우침까지는 아니더라도 새삼 당신의 소중한 헌신 느끼게 되네요' 우리 속담에도 '사람 드는 줄은 몰라도 나는 줄은 안다'라고 실질적으로 깨닫는 절호의 기회로 삼아 변하며 살아 보려 한다.


그래도 D-day가 몹시 기다려짐은 감출 수가 없다. "야호! 이틀 남았다!" 이런 나의 속내 발각되면 안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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