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썽 한 번 부린 적 없던 녀석이 무관심을 더 이상 견딜 수 없었는지 꼼짝하질 않았습니다. 잠깐 해상 관광단지 둘러보고 올거라며 미안하지만 잠자코 기다려 줄 수 있는 지를 묻는 둥 마는 둥, 부탁 아닌 부탁을 하고 훌쩍 떠난 게 화근이었나 봅니다. 무료로 주차할 수 있게 한 삽교천 관광단지의 배려(?)가 그나마 다행이라며 어렵게 찾은 자리에 부담 없이 녀석을 세워두었던 거지요.
'까짓 추위쯤이야' 아랑곳하지 않고 겨울바다를 기분 좋게 둘러보았습니다. 멋진 배경에 자랑이라도 하듯 스마트폰 꺼내들고 ‘찰칵, 찰칵’ 찍어대느라 시간이 어떻게 우리 곁을 빠져나가는 지조차 잊었구요.
아내와 함께 충남 아산에 들러 반복된 일상을 잠깐 이지만 벗어나고 싶었습니다. 상큼한 자연의 숨결과 냄새가, 뒹굴 거리는 우리를 가만 두질 않았거든요.
천안 아산이야 그리 멀지 않은 곳이기에 딱히 준비랄 것도 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그곳을 향했습니다. 하지만 순전히 짧은 우리 부부만의 생각이었지요. ‘따뜻한 온천수에 지친 심신 푹 담근 채 활력이나 재충전 해 볼까?’
감각이나 관심이 무뎠기 때문이지 벌써 이 녀석은 여러 차례 우리에게 대화를 시도했던 겁니다. 실컷 부려먹을 줄이나 알았지 도무지 따뜻하게 도닥거려 주질 않았으니.......
며칠 전 건강관련 TV 프로그램에서도 ‘예방이 치료보다 낫다’, ‘건강은 악화되고 나서 허둥지둥 서두르는 척 해 봐야 무관심의 대가를 반드시 치러야 한다'고 경고하는 의사선생님의 충고를 남 얘기인양 흘려들었었는데. 뭔가로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 머릿속이 텅 빈 듯 했습니다.
이 녀석이 이곳저곳, 여기저기를 둘러보고 온 우리를 쳐다보는 눈길이 예전 같지 않음을 직감했을 때 말입니다. 심술이 잔뜩 난, 미운 일곱 살배기 같았습니다. 추운 몸을 빨리 녹여볼 양으로 얼른 문을 열고 자리에 앉았습니다.
그리고 ‘자! 이제 같이 집을 향해 출발해 볼까?’ 출발 신호를 녀석에게 건넸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녀석이 마침 천식 환자처럼 쿨럭쿨럭 거릴 뿐 힘을 내지 못하는 게 아닌가요.
“알았어! 미안해!” 추운 곳에 달랑 혼자 세워 둔 채 실컷 즐기다 온 게 맘에 걸렸습니다. 화해 신호를 계속 보내며 출발을 부탁했습니다. 헌데 이번에야 말로 진짜 단단히 서운했던 모양입니다.
집으로 돌아가 지켜야 할 스케줄들이 있었는데....... 시간은 계속 지체되었습니다. 그래도 그리 심각하고 치명적인 병은 아니리라 스스로 위안을 삼으며 응급 구조를 요청할 수밖에 없게 되었지요.
간단히 해결될 문제인 줄 알았는데 일이 순조롭게 풀리지 않았습니다. 응급조치를 취했는데도 그게 원인이 아니었는지 도대체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점점 더 커지는 미안함을 감출 도리는 없었습니다. 난감함의 해결책 역시 떠오르질 않았습니다.
가장 가까운, 좀 더 자세히 살필 수 있는 곳에 도착해서야 비로소 맘이 좀 놓였습니다.
‘어라! 근데 이건 또 무슨 경우인가요?’
그곳에서도 이곳저곳 증상을 살펴보더니만, 더 큰 곳으로 빨리 옮겨야 한다는 처방이었습니다. 정말 이번에야 말로 우리게 항변다운 항변을 해야겠다는 각오가 흔들릴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았습니다.
상당히 멀리 떨어진 자동차 종합 검진 센터에 와서야 겨우 원인을 찾아낼 수 있었습니다. 처음엔 물론 그리 심각한 질병인 줄 몰랐던 건 마찬가지였구요. 이곳에서도 여기저기를 비교적 세밀하게 검사를 했습니다.
“입원해야 할 만큼 심각한 상황입니다!”
덜컥 내려앉은 두려움에 온갖 생각들이 스쳐지나갔습니다. 미안하고 안타까운 심경이야 말해 무엇 하겠습니까?
그곳에 입원시키고 떠나오면서 느꼈던 회한들을 여러 번 곱씹으며 녀석에 대한 세밀한 관심과 배려를, 반드시 실천하겠노라는 후회와 반성을 내내 다짐하고 또 다짐해 마지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