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피랑-동양의 나폴리

서양의 동피랑-나폴리

by 박점복

세계에서 젤 예쁘다는 항구 세 곳이 혹시 어디 어디인지 알고 계시나요? 그중 한 곳이 이탈리아 로마에 있다는 나폴리라는데 맞지요? 저도 제가 알고 있는 게 신기할 뿐입니다.

어쨌든 지구가 하나의 촌락인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이탈리아가 우리나라 바로 옆 동네도 아니고....... 나폴리를 가본다는 게 이웃 마을 가듯 쉽게 나설 일은 아니잖습니까? 언감생심 엄두조차 낼 수 없는 딴 세상 얘기쯤이려니 하고 살 수밖에요.

한데 삶이 때때로 폭폭 하긴 해도 꼭 죽으란 법은 없는가 봅니다. 간절히 가보고 싶어 했더니만 마침내 나폴리가 우리 부부에게도 손짓을 하더라니 까요.




이탈리아 나폴리 말고요. 우리 땅 남쪽 바닷가에 자리 잡은 동양의 나폴리, 통영이 말입니다. 희소식이었지요. 그 나폴리를 다녀왔습니다.

자동차로 얼마쯤 달렸을까요? 아름다운 통영이 벌써 저만큼에서 바다 냄새로, 상큼한 바람으로 우리 부부의 코끝과 뺨을 사정없이 간질이며 유혹을 하더라니까요. 사진으로만 언뜻 보았던 서양의 나폴리는 상대가 되질 않았습니다. 세계 해군 전사(戰史)에 찬연히 빛날 최고의 제독 이순신께서 성취한 불멸의 대첩 현장은 또 어떠했겠습니까?

달아 전망대에 올랐습니다. 비로소 내려다본 통영만(灣) 전경은 진정 한 폭 그림 그 자체였습니다. 차라리 옥색이라 함이 훨씬 어울릴 바다가 여전히 아른거렸고요. 서양의 나폴리가 흉내 내긴 쉽진 않을 평온함과 포근함, 엄마 품 같은 넉넉함에 도무지 발이 떨어지질 않았습니다. 그 독특함이라니요.

혹여 우리 땅에 있다고 녹록하려니 생각하면 큰 오해입니다. 몇 번을 망설이다가 큰 맘 먹고 감행한 것이었으니까요. 통영이 미항(美港)으로 알려지기 전 모습이 궁금했습니다. 그냥 고즈넉하고 한가로운 어촌 마을쯤....... 각종 수산물로 북적이던 어시장 언덕배기 듬성듬성 자리 잡고 앉았던 허름한 집들이 예술 작품으로 상전벽해 한 모습이라니요.

통영의 예술성을 한껏 높여 준 동피랑 마을 얘깁니다. 동네 베르빡(벽) 전체가 화폭 되어 무명이지만 혼을 담아낸 작가들의 작품 전시장이었습니다. 언덕 옆 귀여운 안내 표지판이 우리에게 이렇게 말을 건네더라니 까요.


“기림을 온 베르빡에 기리 노이 볼끼 새빘내”


고기잡이 밖에 모르던, 텃밭에 채소가 지천이던, 마음이 부자인 순박한 동네였겠지요.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자고 일어나니 유명세를 타는 관광지로 변해 사람들로 북적이기 시작한 겁니다. 준비 없이 맞은 갑작스러운 변화, 올라간 문화 차이에 적응이 왜 어렵지 않았겠습니까? 아니 지금도 쉽지 않은 세월을 보내시는, 대대로 터 잡고 사시던 어르신들의 무표정과 관광객들의 화려한 조잘거림이 어색하게 겹쳐 보였습니다. 막연했던 동경과 현장에서 보게 된 현실과의 괴리에 움찔 놀라게 되었구요.

시끌벅적 여행을 즐기는 관광객들의 만끽하는 자유를 누군들 막겠습니까만 그곳이 여전히 삶의 터전인 동피랑 주민들에겐 하루 이틀도 아니고 쉽게 풀리지 않을 아이러니였겠지요. 경제적으로 조금은 혹시 나아졌을 수도 없진 않을 터이나 깨져버린 평화를 되찾을 순 있을는지..... 감수해 내야 하는 불편에 좋은 것도 한두 번이라고 오죽했으면 이런 안내문이 곳곳에 설치되었을까요?

“이곳은 실제 주민들이 살고 계신 곳입니다. 너무 소란스럽게 떠들거나 예의에 어긋나는 일들은 삼가 주십시오”

관광객들 역시 큰맘 먹고 시간과 돈, 열정 들여 찾은 곳일 테고, 개중엔 혹시 아름답고 신기한, 멋진 이곳을 처음 찾은 인들 왜 없겠습니까? 그러기에 동양의 나폴리에 살면서 멋진 풍광과 아름다움을 눈만 뜨면 만나는 복에 겨운 이들에게 불공평을 투덜대며 원망깨나 했었잖습니까? 통영을 찾을 형편이 안 됐을 적엔 말입니다. 정작 이곳에서 그 복(?)을 하루도 빠짐없이 누리는 선망의 대상인 주민들 역시 우리랑 생각이 같을까요?

인위적으로 꾸며낸 민속촌이라면, 놀이 공원처럼 따로 설치된 인공 세트라면 모를까 유명세를 타는 그곳에서 살 부대끼며 사는 이들의 말 못 할 사정은 어찌 헤아리면 좋을지요? 아! 동양의 나폴리, 통영 동피랑 마을의 명과 암이여.......



<참고로 여행을 즐기는 자들이 꼭 알아야만 할 여행 종류 중 하나를 함께 소개 합니다.>


공정 여행: 여행자와 여행 대상국(지)의 국민(주민)들이 평등한 관계를 맺는 여행. 여행자도 즐겁고, 지역 공동체도 살리는 것이 공정 여행의 핵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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