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황제 요지프 1세의 황후 엘리자벳, 그녀의 자유를 향한 열망이 담긴 뮤지컬 '엘리자벳'을 보게 될 줄은.
예술에 대한, 특히 뮤지컬에 대한 내 관심 수준은 늘 딴 세상 얘기였기에 함부로 들어가 느껴볼 수 없는 분야에서 벗어난 적 없는 딱 거기까지였다.
겨우 서너 편 정도의 뮤지컬 경험뿐인 내게 지금 주어진 이 감상과 관람의 기회는 앞으로도 그리 많지 않을 희귀함에 또 다른 한 획임은 분명하다. 누구도 묻지 않는 데 이 시점에서 왜 나는 다른 이들의 관심 정도를 궁금해 할까? 오지랖 넓게시리.
그나마 엄마 아빠의 수준 향상을 위해 애쓰는 딸들의 배려와 노력 때문에 이 정도임을 숨길 순 없다. 좋은 뮤지컬 찾아 자진해서 고가의(?) 티켓 사서, 감상해 볼까는 지금까지 손으로 꼽아도 채 한 손을 못 채울 만큼의 인생사(史)이니.
수준 꽤나 있고 고급스러운 품격(?)의 경지를 만끽하는 부류들도 몰라서 그렇지, 혹은 문외한인지라 그랬겠지만 얼마나 많은 지를 조금씩 알아가고 있는 요즈음이다.
우리네 판소리 마당 역시 지식수준이랄 것도 없으니 아는 게 비천한 데다, 도대체 관심조차 없어도 너무 없었으니, 어떤 땐 한국 사람으로서 이래도 되는 걸까 부끄럽기까지. 그렇다고 별다른 노력마저 기울이지 않는 건 예나 지금이나 뭐 딱히 다르지 않고.
괜히 유럽의 귀부인들이나 한가함 누려대는 신사들만 참여할 수 있는, 나와는 궤적을 달리하는 이들의 몫 인양했다, 뮤지컬은. 여전히 그 생각엔 별로 달라진 건 없다. 하물며 우리나라 일까 보냐며.
멀리서 바라보는 황제가 사는, 부족할 거라고는 없을 풍요 속 삶에 무슨 불평과 불만, 모자람이 있었을까?
꿈에서라도 한 번 살아봤으면 원이 없을 것 같은, 다람쥐 쳇바퀴 돌 듯한 굴레를 못 벗어나 뒹굴거리며 보통 수준을 근근이 유지하고 있는 내겐 약 오르기 이를 데 없는 부러움일 뿐이다. 막연하긴 했어도.
말만 하면, 아니 말도 하기 전 알아서 척척 대령하는 온갖 종류의 시중에 오히려 질려버린, 궁 밖 저잣거리의 삶이 전부인 줄 알고 사는 필부필녀들에겐 꿈에서 만이라도 저런 호사 한번 누려 봤으면 일 테지만, 성(城)안 사람들은 갑갑해 미쳐 죽을 것만 같다잖은가?
'세상 참 이리도 공평하지 않은 건지?'모처럼 얻게 된 후계자인 아들 품에 안고 맘껏 사랑 주며 떠는 재롱에 세상 행복해하고 싶었지만 이마저도 허용되지 않는다니.
아니 세상 부모라면 누구라도 누려 마땅할 행복을 소위 대비의 무소불위 권력 때문에, 게다가 남편이자 아이 아빠인 황제마저 어머니, 황후의 시어머니, 눈치에 옴짝 달짝을 못하니 어미의 심정은 오죽했을까? 표현은 못했지만 왕세자는 또 얼마나 어린 맘에 대못이 박혔을까? 틀림없이 트라우마로 남아 있을 터.
우리네 궁중 생활 역시 별반 다를 바 없음을 역사 학습을 통해, 기록에 기반한 각종 예술 작품과 책들로부터 충분히 간접 경험을 하고 있다.
저 언덕을 넘어서면 파랑새가 사는 별천지가 펼쳐지는 줄, 이곳에서의 고된 삶, 땀에 절어 사는 힘든 하루하루와는 달라도 너무 다른 그림 같은 삶이 펼쳐질 거라는 환상에서 벗어나라 깨우쳐 주고 있다. 뮤지컬이, 도도한 역사의 흐름이.
'엘리자벳' 황후의 아픈 새장 속 삶을 그래도 원해야 하나, 짧게라도? 아니면 여기 개똥밭에서 마냥 나뒹굴며 사는 게 훨씬 더 좋고 말고 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