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적 보듬기

엄마! 어버이날이에요

by 박점복

꾸들꾸들 상처야 월 흐르면 어련히 잘 아물까 생각했는 데 아닌 가 보다. 특히 사랑하는 누군가를 보낸 이별의 아픔은 사라질 줄 모른다. 아니 안 사라다.


최고 명의(名醫) 면 뭐 하나 깔끔하게 감쪽같이 회복시킬 수는 없다는 데. 단지 잠깐 더 깊은 곳으로 밀어내 안 보이는 걸로 착각토록 할 뿐 어딘 가에 여전히 꽈리 틀고 앉아 약해진 면역력을 기가 막히게 감지한단다. 그곳을 다시 집중 공략하기 위해.


칼로 물을 베면, 배 지나간 자리는 감쪽같다는데...... 흔적을 진정 못 찾는 까? 물은 알고 있다. 배 역시 아무 일 없었다는 듯해도 자국조차 없앨 순 없는 일이다. 없었던 일이 될 순 없단 뜻이리라.


하얗게 샌 머리 짧게 자른 채, 아들이 밀어주는 휠체어 기운 없이 타고 계셨다. 길가에 흐드러지게 펴서는 한껏 제 때를 즐기는 분홍 진달래, 백옥처럼 흰 영산홍 쳐다보시며. 끊이지 않는 추억담 소환해도 가만히 감으신 눈 뜨고 싶어 하지 않으신 채 말이다.


"엄마! 진달래, 영산홍 활짝 핀 것 좀 세요. 너무너무 예뻐하셨잖아요. 기억나?" 아들만 안타깝고 맘이 쓰라려 어쩔 줄을 모른다. 괜한 자책감까지.


신이 정해 준 한계, 결코 피할 수 없, 누구도 거부하기 어려운 길 건강하게 맞길 간절히 소망한다. 하지만 그게 어디 인생들 맘먹은 데로 돼야 말이지 않은가. 만 동동 구를 뿐.


원하는 데로 조정이 쉽지 않은, 고개 연신 받쳐드는 아들의 회한과 어르신의 힘든 나들이가 사라진 줄만 알았던 내 마음속 흔적을 새삼 떠오르게 할 줄은.


스스로 마실 다니시고 친구들 만나 봉지 속에 든 달짝지근한 믹스 커피 한 잔 서로 나누며 이런저런 세상 얘기로 채우던 재미는 그나마 삶의 빠질 수 없는 낙이셨다.


"목사님 설교가 오늘은 맘에 쏙쏙 들어와 감동을 주네요" 교우들 삶 이러쿵저러쿵 반나절이 금방이었고요. 그런 어머니를 요양원에 의탁한 후, 효도 흉내 낸답시고 또 불효자 소리는 적어도 안 듣겠며 찾아뵙지 않았던가. 옆을 스쳐 지나는 어떤 들과 어르신 휠체어가 오버랩되며 아려왔다.


우리 어머니 생전과 너무도 빼닮은 그 어르신의 쳐진 고개, 따스한 봄 추억 그나마 꼭 되찾아드리겠다는 효심이 희미해져 가던 기억을 또렷하게 되살려내고 있었다. 유식한(?) 말로 트라우마(trauma) 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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