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옛날 어떤 장수(將帥)의 애마처럼 저녁 어슴프레 지면 몸에 익히 베어 알아서 척척 주인이 즐겨 찾던 주막으로 발걸음 옮기듯, 머리를 깎을 때쯤 되면 자동으로 몸이 반응해 향했던 곳, 바로 이발소다.
여성들만 드나들던 미장원이야 금남 지대이니 괜히 잘못 얼씬거렸다간 뒷감당 버거울 수도 있을 테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랬던 이발소가 약속이라도 했을까 동네에서 하나 둘 사라지는가 싶더니 가물에 콩 나듯 띄엄띄엄이다.
소위 남성 전용이라며 이름도 온통 영어로 바뀐 헤어숍, '○○ 클럽', '나이스 □□' 이발소가 영업 중이다. 커트, 염색 등이 서비스된다. 면도가 슬며시 빠진 게 못내 아쉽긴 해도.
살아있다는 생생한 증거, 머리카락이 잠시도 쉬지 않고 밤낮으로 주인인 나도 모른 채 자라고 또 크고 있으니 참 감사할 일이다. 관심, 사랑도 제대로 못 줬는데, 어느새 훌쩍이다.
한 달쯤 주기로 머리 손질과 염색으로 새치를 감춰 본다. 월례 행사이다. 그날도 조금 더 단정해지고 멋(?) 있어지길 은근히 기대하며 단골 헤어숍 큰 거울 앞에 앉았다.
한데 거울엔 늙스구레한 화상이 떡하니 앉아 날 쳐다본다. 눈에 너무도 익은 저 화상, 어랏 나다. 한데 왜 이리 낯이 설까? 고개를 아무리 세게 좌우로 흔들고 눈을 수십 번 비벼대며 강하게 부정하고 싶어도, 그렇게 해서 해결될 수준은 이미 넘어섰다.
멋있게 나이 듦이 복인줄 도 모르고 입이 댓 발이나 나와서는 구시렁거릴 때가 부쩍 잦아졌다. '세월 앞에 장사 없다더니...... 하루하루가 다르다.' 며. 이따금 인사치레로 대꾸해 주던 멘트, '와우! 나이에 비해 꽤 젊으시네요', '누가 그 나이로 봅니까?' 입꼬리가 귀에 걸쳐서는 좋아 어쩔 줄 몰라 '헤벌레'했던 모습이라니.
사회생활 좀 한다는 분들 터득한 노하우였다, 나 또한 적재적소에 적절히 사용해 마지않는. 염장 지르며 관계를 파탄 내려 눈치코치 팽개친 채 '실제 보다 꽤 나이가 드셨네요' 할 위인 없을 테니.
그렇게 뜬구름 잡듯 허공에 붕 떠 살다가 직접 확인한 거울 속 몰골. 다시금 현실을 팩트체크하며 허허로이 웃는다.
'어허! 박 선생 현직에 있을 때 당신이 그리도 강조 또 강조했잖소, 학생들에게.'
[주제파악] 잘하라고, 높은 점수 획득하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