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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점복 Sep 22. 2023

이래도 '땡' 저래도 '땡'

몇 개 안 남았을걸요......

'죄송합니다! 이번엔 선택받지 못하셨네요.

다음 더 좋은 기회에 만나 뵙길 희망합니다.'



충격의 강도가 예전 같지 않고 그냥 '또 떨어졌!' 굳은살처럼 딱딱해져 찔려도 아픈 지조차 못 느끼는 무에 이르렀나 보다. '합격 축하합니다!'가 오히려 생소하고 어색해 몸에  듯하니 말이다. 떨어지는 걸 전공으로 선택 것도 아니.


지원자 3명, 그것도 상당한 난이도의 시험 절차를 거친 것도 아닌 데다가, 면접관과 나눈 마디 질의응답과 간단한 지원서 제출로만으로 구성된 경쟁이어서 더욱 그랬다.


'누가 이런 분야까지 지원하겠어' 근 합격 오해와 착각의 대가는 그러기에 더욱 만만찮았다. 공짜인 데다가 무한대로 누릴 수 있는 거라고.


선택받지 못했음을 온갖 핑계 끌어다 덮으며 그럴싸하게 뭉갠다. '안 뽑은 당신들만 손해지 뭐' 마치 세상이 자신 중심으로 돌아가야 하는 양. '요식 행위에 괜히 들러리 선 걸까......'


'세월이 약'이라는 근사한 치료제도 이미 시판되어 효능까지 입증되었으니 흐르는 시간에 몸을 싣는다.


그때까지도, 3~4일 후면 훨씬 더 좋은 도전의 결과가 혹시 날 찾을지 모른다는 기대 놓지 않았으니 오늘 낙방 소식쯤은 너끈했다. 뽑힐지도 모른다는 실낱같은 그 끈 그래서 더 세게 붙잡고 있었나 보다. 위로를 받으며.


비록 3일 천하였지만 희망을 버릴 순 없었다. 그런데, 정말 그런데 말이다. 3일밖에 안된 희망 역시 보기 좋게 산산조각. 최종 결과 발표도 아닌 중간발표에서. 쌍코피가 터진 것이다.


이쯤 되면 원인을 외부에서 찾기 난망하잖은가. 붉게 달아오를 사달이기도 하고. 오롯이 내 탓일 확률이 비교 불가할 만큼 높다는 의미임을 깨우쳐 마땅했다.


선택 못 받아 마음 아려도 도전이 주는 마법 같은 끌어당김엔 꼭 응전하여 차근차근 올라가 볼 것이다. 미끄러지고 또 나락으로 굴러 떨어져도. '설마 다음 도전에는.....' 그래서 자꾸 시지푸스를 들먹이나 보다. 이거 혹시 '도전 중독증?'


한두 번도 아니고 허구한 날 낙방인데 짜증 안 낼 위인 있을까? 성인군자? 혹시 목사, 신부, 승려 같은 종교 지도자들? 쿨하게 하늘 뜻이라며 짜증 대신 '허허' 웃어넘기며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괘념찮는 반응 보일까? 계속 실패만 하는 데도.


'그래도 도전의 기회 자체가 아예 사라진 게 아니니 실패, 불합격, 선택받지 못함이 뭘 그리 대수일까? 그러기에 딛고 일어설 힘을 재확인하게 되니 이 아니 또한 기쁜 일이 아닌가?' (성인군자 나셨네, 나셨어!)


후에 찾아오는 합격, 선택, 성공의 꿀맛은 겪어본 이 아니고서는 모를 환희의 값진 순간 일 테다. 한 번도 실패와 불합격의 쓰디쓴 경험 못 해 본, 소위 혜택(?) 받은 이들의 삶의 진정한 맛은 무엇일까?


성공과 합격의 참맛과 기쁨을 느끼기는 할지, 매일매일이 산해진미, 진수성찬이라면 그 즐거움이 얼마나 갈까? 좋은 것, 맛있는 것도 한두 번이지. 허구한 날 합격만 한다면. (제 앞가림이나 제대로 할 것이지 오지랖은 넓어 가지고)


오늘도 불합격의 속 쓰린 통보받으며 궤변 같은, 그러나 내겐 도전의 구실을 늘 선사하는 감사한 존재임을 느끼고 싶다. 꿈보다 해몽이라더니.


그렇다고 계속 떨어질 거냐니요? 쉽지 않겠지만 그래도 이젠 '낄낄 빠빠' 정도는 터득했다. 나를 위해서도, 더욱 다른 지원자들을 위해서. X인지 된장인지는 최소한 구분할 실력 키워 보자.


"떨어졌으면 혼자나 기분 나쁘던지 찌그러져 있을 것이지 괜히 남들까지 짜증 나게 하는 건 또?" 거 참 취미치고는 유별나고 희한한 걸 가졌음을 인정해마지 않는다.



대문 사진 출처: 네이버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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