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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점복 Aug 19. 2023

내 새끼나 좀 잘 챙겨주시라고요

하면 했다고, 안 하면 또 안 했다고

교사가, 학교가, 교육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꼭 해야 할, 감내하지 않으면 안 되는 막중한 책임감의 무게는 얼마 일?


'박 선생은  복도 많으셔!' 최근 벌어지는 험한 꼴 터지기 전 명예(?)롭게 퇴직했. 어떤 지인의 위로 같기도 하고 한편 걱정 같기도 한 이 말에 반응은 어때야 할지, 긍정도 부정도 아닌 어정쩡이 대답이었다.


하 수상한 최근 교육 현실이 그런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만 것이다. 정년을 무사히 맞은 내 처지가 또한 그렇다. 도무지 대처 방안이 도깨비방망이처럼 '뿅'하고 솟아 나오는 것도 아니니.


40년 교직 생활을 찬찬히 돌아보면 왜 우여곡절, 전혀 다른 일들의 연속이었음을 토로하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강산이 4번이나 새롭게 왔다 가며 내게 선물처럼 주고 간 일들이.


앞으로 나갈 수도 그렇다고 뒤로 후퇴할 수도 없이 옴짝달싹 못한 채 무기력하게 동네 북 신세로 전락한 작금의 교육계의 난관, 먼저 그 길을 걸었던 선배 교사로서 딱히 헤쳐나갈 해법이라고 내세울 만한 게 없으니 난감 그 자체이다.


현직에 있던 그때와는 환경 자체가 달라도 너무 달라 문자 그대로 상전벽해가 돼버린 교육 현실, 어쩌다 이렇게도 처참 되었는지 책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전직 교사이잖은가?


대처럼 '라테' 내세며 '그때가 좋았지.....' 룰루랄라일 수도 없.


새파랗게 젊은 자식뻘 쯤이나 될까 그런 교사에게도 희끗희끗 흰머리 학부모님들께서 "아이고! 우리 선생님 오셨요,  누추한 곳까지"


몸 둘 바를 몰라하시던 아버님, 오히려 어린 교사인 제가 더 어 줄 몰라 쩔쩔매던 그 세월이 오래전 옛 얘기인가? 호랑이가 담배를 뻐끔뻐끔 피고 있었나 봅니다.


감이 렁주렁 무척이나 탐스럽게 열렸던 그 해, 큰 광주리에  한가득 담아 건시던 지긋한 연세의 학부모님 그 정성과 사랑은 결코 잊을 수가 없고 말고이다.


그렇다고 지금 자칫하면 위협까지 느끼며 교단에 서는 후배 교사들보다 더 실력 있 대접(?)을 받았냐구요? 그게 아니었음은 하늘이 알고 땅도 알지 않을까요? 뛰어난 걸로 치면 감히 쫓아갈 수도 없을 만큼의 요즘 교사들인데.


총체적 난국, 도대체 실마리를 어디서부터 어떻게 풀어내야 할지 실력도 안 되는 머리로 고민에 빠져 살고 있다. 정치적 이해타산까지 결부시키며 실타래를 더 얽히고설키게 만들고 있다.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This shall too pass)' 그렇다고 세월만 하염없이 흘러가 턱 궤고, 감나무 아래서 감 떨어지기만 마냥 기다릴 수도 없고......


진실이 왜곡되지 않길 학부모, 교사, 학생들이 힘써 노력해야 할 테다. 반드시 진심과 진실은 드러나는 속성을 지녔기 때문이다. 교육 공동체 모두가 남 탓으로 덮어 씌우며 손가락질해서는 해결의 길은 요원하다.


모두가 신(神)은 아니기에 인정하고 개선할 잘못은 없었는 지를 돌아보는 것이 우선이다. '그걸 누가 모릅니까' 비아냥댈 수도 있고, 이런 걸 해결책으로 내느냐지만 이럴수록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이슬만 먹고사는 신선쯤이나 할 수 있는 '하나마나 만 소리로 비록 뜬구름 잡는 것처럼 가시적 효과가 금방 눈에 지 않아도, 오래 걸리며 답답해 죽을 것 같지만 도도한 물결이 우리 교육을 고쳐나가리라 믿는다.


바로 역지사지(易地思之), 진심을 인정하고 이해하려는 진실된 삶의 자세이다. 교육 현장이라고 다를 리 있을까?


학부모, 학생, 교사는 누가 더 높은 지위에서 소위 갑질로 상대를 괴롭히는 관계가 아님을, 서로 격려하며 주어진 몫을 겸허하게 그리고 묵묵히 수행할 때 우리 교육의 미래는 아름다운 열매로 보답할 것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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