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점복 May 09. 2024

차마 쓸 수 없었습니다, 어제는

찰밥 해놓고 기다리시던 어머니!

이런 어버이날이 올 줄은 예전엔 미처 몰랐다. 아니 알았어도 나와는 상관 전혀 없는 다른 동네 이야기겠거니 일부러 외면한 체 잘도 살아온 거다. 참! 어지간하다.


평생 어버이께 카네이션 달아드리며 못했던 효도(?) 한꺼 번에 몽땅 몰아서 한답시고 부산 께나 떨곤 했잖은가, '어버이날!'


게다가 스스로 등 토닥이며 이만하면 잘하고 있는 거라고 뿌듯해하기까지. 원하는 만큼 쭈욱 계속될 줄 알았으려나, 설마?


                          반중 조홍감이
                                                                         박인로

반중(盤中) 조홍(早紅) 감이 고와도 보이 나다
유자(柚子) 아니라도 품엄 즉도 하다마는
품어가 반길 이 업을새 글로 슬허 하노라.


뒷북이나 치면서 '개골개골' 무덤 떠내려갈까 난리법석 떠는 꼴이 어쩜 그리 나와 한치다르지 않는지. 싱크로율 100%를 자랑한다는 어떤 제품과 판박이다.


기다려 주질 않으신다. 하늘이 곧 부를 거라는(?) 어머니, 아버지이시기에. 땅을 치며 목청껏 불러 봐도 묵묵부답이시. 꽤나 효자인 척 티 내본 들 자기 위선, 자기 위로는 아닐는지? 


품어가도 반길 이 더 이상 계시질 않으 그 좋아하던 홍시가 한 바구니이면 무에 소용이던가?


한 끼라도 함께 하고 싶어 맛있게 솜씨 내어 지은 찰밥, 자식 좋아하는 걸 모르실리 없으셨다. 밥 먹는 시간만큼이라도 마주 앉아 행복 누리시겠다는 데. 후딱 먹어치우고는 의무 완수했다며 빨리 가겠다는 자식, 속은 얼마나 상하셨을까.



그래도......


"오! 그래 얼른 가 봐야지, 집에서 애들 기다리지....."


마치 선심 쓰듯 바쁜 시간 할애했다며, 착각을 해도 보통 한 게 아닌 멍청이가 여기 있잖은가. 그래놓고는. 가 볼까 고개 푹 숙인 모습 참 가관이다. 얄밉기 그지없고.


들 효도와 축하를 받는다. 가시 방석이 따로 있을 리가. 빨리 일어 싶다. 그나마 덜 려면. 어버이날, 이렇게 염치없어도 되는 건가? 좌불안석이다. 머님 해주셨던 찰밥이 자꾸 눈에 선해.


죄송합니다! 이 불효자, 자식들 효도 (?) 받고 있네요. 그래도 축하와 효도받는 아들, 하늘에서 내려다보시며 흐뭇하시다니요?


어머니, 아버지! 종아리 걷고 회초리 옆에 나란히 두겠습니다. 마음속 응어리 풀릴 리 있겠습니까만 실컷 맞고 싶습니다. 그래야 비로소 불효의 큰 죄 조금은 용서받지 않을까 하는 이기적 생각 스쳐 지나갑니다.

작가의 이전글 쉿! 꼬마 브런치 작가 집필 중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