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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점복 Jun 25. 2024

문패는 영 못 달려나 봅니다

B동 503호

얼마나 대견스러웠으면 새겨진 이름 보고 또 보 토닥토닥 사랑스러워했을까, 지겹다니요? 들고 날 적마다 먼지 앉을 새라 쓰다듬길 그치지 않았. 반질반질 윤이 안 나는 게 오히려 이상하지요.


느지막이 어찌어찌 끌어 모은 돈 (+) 대출까지 한몫해 장만한 , 보무도 당당하게 개선장군처럼 어설 때 그 기분? 짧은 필 프게..... 아시는 분은 다 아실 테다.


심기 건들세라 긴긴 날 기(氣) 한번 제대로 못 폈었는 데...... 셋방, 전세 살이 우리 곁을 떠나던 역사(?)    기념 마지않을까. 한데 문패 없었다. 파벳과 한글, 숫자의 묘한 조합 [B동 503호?] 그 자리를.


'그거나 그거나'?


온통 콘크리트 성이 아파트뿐. 탁 트인 녹색, 자연(自然)? 구색 맞추 로 전락 한쪽 구탱이 쪼그리고 앉아 훌쩍거린다. 다닥다닥 숨 막힐 것 같은 용케 면서.


"몇 평?"왜 또 그리 점령군 거드름 피워대지.


상대적 박탈감 유발하는 위력, 공공연한 비밀이 된 지 오래고. 그거 하나 장만겠다고 뼈 빠지게 애쓴, 자랑스러운 훈장했어.


"성실한 부모님, 우리 6남매가 함께 일궈낸 집"


런 문패 걸어본 적 한 번 쉽게 없다. 어지가난했. 지지리 궁상 는 건 아니다.


그렇게 추억 속 깊이 무쳤 문패. 슬쩍 엿보며 만난 게 도대체 얼마만? 제주 나들이에서. 그것도 부부 성함(姓) 나란. 남자 이름만, 아버지 이름만 새던 세월을 거치고 거쳐.


"○○/□□" 


아파트 동호수 104동 2105호와는  자체 다름은 뜬금없는 만의 감성......


하 수상해진 요즘, '개인 정보 유출'이다 뭐다  뒤따르는 부작용 감당할 수준 훌쩍 어서지요.  예전처럼 문 앞에 자랑스레(?) 떡하니 붙여 놓기도 참 거시기한 세상을 , 


삶의 흔적 고스란히 배어 있는 패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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