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半) 공일(空日)
쉬는 것도 아니고, 안 쉬는 것도 아니고
그나마 반만 쉬는 데도 얼마나 감지덕지던지, 이름하여 '반(半)' 공일이던 그 때 그 토요일. 아주 오래전도 그렇다고 불과 몇 해 전쯤도...... 애매모호한 회색지대 어디쯤 자리 잡고 있는 역사적 사건이다.
좀 산다는 미국이나 유럽 쪽 나라들은, 금요일 오후면 한 주를 마감하고 주(week)의 끝 (end)이라며 토, 일까지 쭉 이어서 놀(?)던 때였는데.
그리 되리라곤 딱히 기대조차 사치였던, 넘어야 할 큰 산 같던 토요일 아니던가. 일분일초가 아쉬운데 논다구요? 뼈가 바스러져도, 몸뚱이가 망가져도 '잘 살아보세!'를 주문처럼 되뇌며 가스라이팅에 찍소리도 못하던 시대였으니.
쉬는 거? 이건 뭐 거의 죄(?)......
여유 좀 맛보길 열받아가며 참 오래도 기다렸다. 지금도 물론 그렇지 못한, 힘에 부쳐 언감생심 사치라며 더는 비참하게 만들지 말라며 언짢아하는 열악한 계층들, 국가들이 여전하니 조심스럽다.
한데 이 놈의 욕망은 적당하게 끝을 맺을 줄 왜 모를까. 올라 선 그곳에서 편안과 안락 누리며 베풀 듯도 하건만. 감사도 하면서. 우리 인생들 사전엔 만족, 눈 씻고 찾아 봐도 없나 보다.
먹는 것 시원찮고 입는 것 또한 참 촌스러웠다. 기껏 쫓아 욌더니 저만큼 훌쩍 앞서서는 따라올 테면 와 보란다. 꿈(?)에 그리던 주 5일제가 일상이 되었는 데도.
욜로(Yolo)? 딩크(Dink)? 이런 건 여전히 낯설기만 하다. 오전만 근무하는 것도..... 그 이후 시간 하사품쯤 누리는 데도, 그 토요일이 이젠 반이 아니라 몽땅 쉰다. 격세지감, 상전벽해가 따로 없다.
한데 이 정도로는 여전히 배 고프단다. 명함 내밀기 조차 힘들어졌고. 주 4일 근무, 출근 지옥 안녕, 재택근무? 일상이 되는 가 싶었는데 벌써 심드렁, 무감각해져 간다. 간사한 게 사람 맘 아니랄까 봐.
축축 늘어지며 손가락 하나 까딱으로 해결 못하는 게 없는 세상, 그럼에도 이 욕망의 열차는 오늘도 멈출 줄 모른다. 진짜 도리는 없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