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늙는 건 '훌륭한' 계급장
눈 몇 번만 떴다 감으면 곧 만나게 될 내 모습이 불과 몇 미터 앞에서 따라 오란다.
스마트폰 카메라로 손수 찍은, 모란 작약꽃 자태 '작품' 따로 없잖냐며 신기해하고. 희끗희끗 벼슬인양 내려앉은 흰머리 친구들이. 한데 언제부터였을까? 울긋불긋 화사한 색이 이상하게 더 좋아지기 시작한 게. 기계치(痴)라서 버벅대며 어설펐던 것도 불과 얼마 전이었고.
동네에 하나나 둘? 사진기 있는 집이. 당당하게 재산 목록 윗부분에 떡하니 자리 잡았었잖은가. 게다가 외제? 닐러 무삼할까? 하여 찍고, 찍히는 일 아무나 막 누릴 수 있는 일 아니었다.
특별 기술 딱히 없지만, 남녀노소 따지지도 않고 이젠 필수품처럼 휴대하고 다니며 원 없이(?) 쓰고 있으니, 요즘. 어찌 신기하지 않을까.
한데 이 놈의 세월은 왜 그리 눈치도 없을까? 무정하기까지. 손 한 번 안 흔들어 주고는 우리 곁을 슬그머니 떠난다. 그때 그 강산 가물가물 여전하건만. 젊은 세월, 달랑 캔버스 한 구석 빛바랜 흑백 사진으로만 남아 희한한 감회 속을 헤매고는 있다.
새파랗던 패기, 원숙한 나이 듦. 비슷한 걸로 슬쩍슬쩍 착각하게 만드는 어떤 청춘의 맞잡은 손. 하지만 어느 것 하나 안타깝게도 물릴 순 없다. 그리워만 하란다.
'왜 이레 나 아직이라고!'
누구도 뭐라 하지 않는다. 다만 공허할 뿐. 제 발 저려 나만 동동 거리는가 싶다. 나이 듦의 고백이다. 절대 미리 당겨다 쓰지 않는. 그나마 친구들 여럿이 함께였으니 망정이지. 시쳇말로 '쪽' 꽤나 팔렸을 텐데.
딸네미가 거금 들여 구입해 준 스마트(smart) 폰. 아직도 모르는, 첨단 기능 태반이지만 아쉬운 대로 불편 없이 쓰고는 있다. 이것만 해도 어디 냔다.
누르기만 하면...... 복잡하게 필름 끼우고 빼고 또 인화하는 절차 필요 없다. 바로바로 확인까지 가능하니 이보다 어떻게 더 좋겠는가.
그렇게 사진 서로 돌려보며 박장대소, 어깨에 힘 꽤나 주시는 어르신들 대공원 주위를 활보 중이다. "야! 자!, 제!" 서로를 토닥인다. 처지지 않고 첨단 공유하고 있다며. 어디선가 들려오는, 못 들은 척할수록 더 선명한 웡웡거리는 소리.
"아직 먼 줄 알고 있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