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이앵글

주목받진 못하지만......

by 박점복

오케스트라의 장엄한 연주는 청중 모두의 마음을 쏙 빼가고 만다. 섬세한 주자들의 연주, 지휘자의 심오한 손끝과 수준 높은 청중들의 태도가 하나 되어 연주의 백미를 한껏 드높인다.

현란하게 움직이는 바이올린의 활을 보았는가? 첼로와 더블베이스의 낮고 겸손한 음역대 처리 능력, 관악기들이 뿜어내는 아름다운 하모니는 곡의 수준을 가히 천상으로 올려놓고 말고이다.


결코 대신할 수 없는, 오로지 그 악기만 해 낼 수 있는 유일한 몫을 다하며 묵묵히 다른 악기들을 배려하는 오케스트라의 어울림이라니. 세상사의 조화와 어쩜 그리 판박이 인지.

압도하며 높은 A음을 뛰어난 솜씨로 연주하는, 화려한 조명 독차지하는 맨 앞자리 제1, 제2 바이올린들, 결코 교만스레 코를 높이 들어 올리질 않는다.

목관, 금관악기들만의 고유한 독특함은 또 어떤가? 형, 누나들처럼 덩치 값을 해대며 어린 동생들의 높은 피치를 받쳐주는 더블베이스와 첼로들, 이들의 앞서거니 뒤서거니를 조절하며 맘껏 역량을 발휘토록 이끌어가는 지휘자의 손놀림까지 연주의 빠질 수 없는 소중한 퍼즐들이고 말고이다.

자칫 소홀한 대접이라며 삐져서는 서운했을 타악기들조차 우렁찬 소리와 박자로 존재를 과시한다. 심벌즈와 크고 작은북들의 둥둥 퍼져 나가는 박자 리드가 없다면 연주의 칼칼함을 그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화려한 외양을 가진 것도, 그렇다고 비싸고 고급스러운 대우도 받지 못하는 트라이앵글의 몫이야 말로 내 삶의 역할과 너무나도 닮아 애틋하다.

지휘자의 세밀한 손끝 따라 나설 때와 빠질 때를 정확하게 알아 알찬 몫 다한 후 유유히 사라지는 트라이앵글. 숲 속에서 방금 튀어나온 듯 맑고 아름다운 소리는 절정의 고요로 숨 죽이게 하는, 그 어떤 악기도 흉내 낼 수 없는 도도함을 지니고 말고이다.


악기들이 잠시 숨을 고르는 사이, 트라이앵글은 저 깊은 곳에서부터 청아함을 뿜어내며 지휘자, 연주자, 청중들 모두의 숨을 잠시 멎게 하는 매력을 뿜어낸다. 아름다운 그 소리는 여전히 귓가를 간질이며 떠나질 않겠다고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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