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교시 외국어 영역 '듣기 평가' 시간 20분은 항공기의 뜨고 내림조차 금지되는, 온 나라가 쥐 죽은 듯 조용하게 수험생을 배려하는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이다. 이런 국가적 대사(大事), 대학 입학 수학능력 시험일 11월 18일이 어느덧 우리들 곁에 바싹 다가와있다.
우리 국민 모두는 그리고 교직과 인연의 끈을 놓을 수 없는 나 또한 한결같이 수험생의 마음 되어 십 수년 동안 갈고닦은 실력 젖 먹던 힘까지 쏟아부어 최선의 결실 거두길 간절히 기도한다.
1994년 지금의 수능 형태로 입시제도가 개편되기 전, 1982년부터 시행되었던 학력고사 시절, 수험생만큼이나 두근두근 떨면서 정감독도 아닌 부감독으로 감독 교사에 데뷔(?)했으니 흐른 세월 40년이 다 돼가는 데도 여전히 손에 땀이 맺힌다.
한 번은 직접 예비고사, 본고사 시대의 수험생으로, 두 번째는 학력고사 형태에서의 감독교사로, 세 번째 입시 유형인 수학능력 평가 이후부터 퇴직 때까지 또한 정 감독관으로 임했던 독특한 경험과 긴장감이 스멀스멀 되살아난다, 이맘때쯤이면.
뭐든지 처음 부딪히게 될 때의 두렵고 떨리는 긴장감은 수험생뿐 이겠는가? 수험 절차에 참여해 감독 혹은 부감독 교사로 종사한 적이 있다면 누구에게나 대동소이한 경험이었을 터이다.
시골 죽산의 교사들까지 총동원되어 근무하는 학교가 아닌 다른 곳에서 감독하는 공정성 확보에 최선을 다했잖은가. 수험생들 역시 재적교가 아닌 다른 학교에서 시험을 치러야 하는 불편 아닌 불편 감수해야만 했고 말이다.
첫 감독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시험 전날 죽산에서 수원으로 출장을 나섰다. 당일 일찍 시험장에 도착해 감독교사 사전 예비 교육까지 철저히 받아야만 했기 때문이다. 시험장 근처 여관에 묵으면서 감독 교사들도 긴장하며 밤을 보낸 세월이었다.
혹시 늦잠 자는 사고라도 발생할라치면 낭패 중 낭패일 수밖에 없는 심각한 상황이 발생하고 말고다. 평소 습관보다 일찍 잠자리에 들어보려 해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또 몇몇 경험 많은 교사들은 모처럼 맞은 큰 도시에서의 저녁을 맹숭맹숭 그냥 보낼 수 없다며 기회를 만끽하기도 했다. 시골(?) 학교 수험생들 또한 전날 수험장이 있는 도시 지역으로 미리 이동해 겪어야 했던 아련한 해프닝이기도 하다.
그렇게 맞게 된 국가적 대사인 시험 감독에 어떻게 1교시가 지나갔는지 우왕좌왕 어찌나 정신없었던 지. 감독 교사인 나보다 훨씬 연장자들도 수험생 중에 많았으니 이 또한 풋내기 감독 교사를 더욱 떨게 만들었다.
감독 역할을 맡았다는 이유로 한참이나 어린 내게 화장실에 다녀와도 되느냐며 허락을 구할 때면 그 민망함이라니. 긴장한 표정 역력한 채 다가오던 그들의 모습이 가물가물 멀어지려 하지만 입시철만 되면 새록새록하다. 역시 수험생은 수험생이었나 보다.
잔뜩 긴장해 오히려 화장실 출입이 평소보다 배는 늘어 수험생만큼이나 많았던 그 시절 내 모습을 조금은 여유롭게 웃으며 떠올려 본다, 이제는.
2021년 11월 18일 시험에 임하는 50만이 넘는 사랑하는 모든 수험생들에게 다시 한번 큰 소리로 힘껏 기를 북돋아 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