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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생 태권도 유단자......

신설학교의 구성원 모두의 애틋한 노력

by 박점복


4년이란 짧지 않은 기간 안성군 죽산 첫 부임지에서의 근무를 마치고 소위 생활환경이 비교적 편리(?)하다는 특지(特地) 안양으로 발령을 받았다. 영전했다며 여기저기서 축하한단다.


새로 개교한 학교에서 맞닥뜨린 상황들이 막 4년의 부족한 경력뿐인 새내기 교사에겐 여전히 벅찰 수밖에 없는 또 다른 도전이기도 했다. 어리둥절 손에 익은 게 별로 없었으니 하는 일마다 시행착오가 척 달라붙어서는 떨어질 줄 몰랐다.


원래 논밭이었던 부지에 세워진 신설 학교, 정리가 되기까지는 꽤 많은 손이 필요할 수밖에 없는 여건이었다. 교사라고, 학생들이라고 예외는 없었다. 운동장 정비 작업조차 마무리가 채 되지 않은 공사 중인 상태로 개교하였으니 어쩌겠는가. 때문에 다른 어떤 근무지보다 애착은 컸다.


학교에서의 3월은 안 그래도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새 학기인데 새로 문을 연 학교의 업무까지 겹쳤으니 오죽했겠는가? 신설 학교 창설 멤버로 맺어진 창우회(創友會)라는 모임이 40년이 지난 지금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걸 보면 당시 10여 명 교사들의 의욕과 응집력, 학교에 대한 사랑이 보통은 아니었음을 능히 짐작하고도 남을 터이다.


새로운 결단과 각오로 명문(?) 학교 전통을 수립해야 한다는 학생과 교사들의 노력이 모두를 일심동체로 똘똘 뭉치게 만들었다. 저만큼 앞서 가며 이미 명성을 한껏 누리던 학교를 따라잡으려면 말이다. 학교장의 의지 역시 남달랐으며 학부모들의 협력도 못지않게 큰 힘을 발휘했다.

1학년만으로 시작한 소규모 학교라서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활동이 훨씬 용이하지 않았겠는가. 규모가 다 갖춰진 덩치 큰 학교에 비해 신설 학교의 이름을 알릴 수 있는 좋은 구조이기도 했다. 점심을 먹고 난 후 전교생 태권도 수련을 위한 교육과정을 따로 편성해 운영할 만큼 최선의 노력을 경주했다.


졸업할 때까지 최고 급수인 검정 띠 착용을 목표로 실천에 옮겼으니 그 성취감과 자신감 또한 얼마나 컸었던지, 학생과 교사들 모두에게 말이다.


태권도 코치의 힘찬 구령에 맞춰 오합지졸 같던 무리들이 일사불란해지고 동작에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으니 함께 참여한 전교생의 해보겠다는 의지라니.

"기마자세 준비"


"얏!"


"두 번 지르기 얏!"


"태~권~"


"세 번 지르기 얏!"


"태~권~도~"

물론 각종 태권도 시합과 전국 체전에서의 좋은 성적은 어찌 보면 뒤따르는 당연한 결과이기도 했다. 학교의 명예와 명성을 단기간에 높일 수 있었으니 꿩 먹고 알 먹고의 효과였다. 졸업 선물처럼 받아 들었던 검정띠 인증서와 단증(段證)까지 학교를 거쳐 간 모든 구성원들의 자긍심이기도 했다. 이후 저들의 삶에 긍정적 나비 효과로 퍼져 나갔음을 확신할 증거들은 넘쳐 났다.


태권도 수련으로 단련된 건전한 정신과 튼튼한 몸이 사회 구석구석에서 주어진 몫을 성실히 수행하는 없어서는 안 될 퍼즐로 소중하게 쓰임 받는 아름다운 장면이 몽글몽글 피어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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