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마음 참 간사하다더니......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by 박점복


건저만 주면 더 이상 바랄 건 없다더니 떡하니 살렸더니 보따리 내놓으란다. '내 하루도 에세이가 될까요?'라는 브런치 작가 이하루님의 달콤한 소개에 이끌려 브런치 작가 도전의 파란만장(?)한 역사를 펼쳐갔다.


그래도 이 정도 글쓰기 실력이면 빠지는 실력은 아니고 말고라며 은근 건방을 떤 게 사실이다. 몇 차례 공모전에 도전한 경력이면 그만큼 글쓰기에 소위 '일가견(?)'이 있는 거라 볼 수도 있고 말이다.


게다가 최고 등급의 상은 아니지만 입상한 적도 두어 번은 되었으니 '뭐! 이런 수준의 실력'인데...... 해보겠다고 원서만 넣으면 합격시켜 주는 마치 정원 미달 대학의 입학 사정 정도쯤의 수준일 거라는 착각과 사전 지식의 부재가 가져다준 참사는 혹독했다.


첫 번째 시도야 그렇다고 치자. 자기 소개하는 항목에 글자 수가 제한되어 있는 것조차 모른 채 쓰다 보니 더 이상 쓰이질 않아 잘린 무 토막처럼 뭉툭한 채로 제출했으니 걸러내시는 분들에 대한 예의조차 아니었음을....... 얼마나 황당무계했을지 그분들 모습이 안 봐도 비디오였다.


두 번째는 그래도 실수를 보완한답시고 수정해 보았지만 지금 와서 돌아보면 어떤 콘셉트로 진행시키겠다는 방향도 없이 이것저것 써 두었던 글을 모아 목록이라고 작성해 보냈으니.


행여 걸러내시는 분들 중 모욕감을 느끼신 분은 없었을지. '아니 이 도전자는 심사하는 우리를 핫바지로 보는 거야 뭐야' 라며 떨떠름함을 순화시켜 다음에 다시 도전해 보라며 격려(?)까지 해주셨으니, 참!


이렇듯 브런치가 무얼 원하는지 조차 분명히 파악하지 못하고 세 번째, 네 번째까지 미역국을 마시니 오기가 스멀스멀 기어오르는 게 아닌가.


'당신들이 이기는지 내가 이기는지 한 번 끝까지 가 봅시다!' 이런 옹졸한 속내를 읽은 게 분명하다. 아니라면 그냥 인생이 불쌍(?)해서 구제하는 심정으로 선정해 주셨거나 둘 중 하나 이리라.


브런치라는 이름의 전차에 어렵사리 승선했으니 이젠 맑게 개인 날들만 계속되리라는, '내가 원하는 걸 막을 장애물은 없다'는 망상에 우쭐우쭐거렸는데......


납작해진 코를 맨 아래부터 한 계단 한 계단 딛고 올라서 세워 보리라. 이런 수준도 글을 쓴다며 명함을 내밀어도 된단 말인지? 그나마 '좋아요'를 눌러주시는 출중한 능력의 진정한 작가님들의 격려에 겨우 힘을 얻어 내고 있다.


브런치 새내기의 젖 냄새는 언제쯤 가시게 될지. '구독하기'와 '관심작가'는 또 어떤 건지를 조금씩 알아 가고 있다. 다만 저들의 대단함에 열린 입이 다무러 지질 않는 건 여전하다.


'넘사벽'을 겸손하게 인정하며 브런치에게 내 보따리 내놓으라며 억지는 부리지 않으리라. 허우적 대는 날 건져 글을 쓰도록 한 것만도 감사하기 그지없는 사건이었으니 두 말해 무엇하겠는가? 억지 부릴 것도, 부린다고 될 일도 전혀 아니기 때문이리라.


헌데 브런치 열차를 타기만 하면 보따리고 뭐고 더 이상 바랄 게 없다더니 타고나니 보타리 생각이 절실해 찾아 나선 이 돌변을 어쩌면 좋을는지? 정말 이 욕망의 기차는 언제 어느 역에서 멈춰 서게 될지, 과연 멈추기는 할는지.......


뛰어난 작가님들의 역량을 지켜보며, 글 쓸 기회와 공간만 준다면야 '구독자' 수와 '좋아요(라이킷)'가 대수일까 라던 초심이 슬금슬금 변해가기 시작하다니. 욕망의 끝은 도대체 어디이기에 언감생심 넘보려 하는지.


언젠가부터 글이라도 발행할라치면 몇 명이나 '라이킷'을 눌렀을까, 구독자수는 좀 늘었나'를 득달같이 달려들어 기어코 알아야겠다며 눈을 떼지 못하고 있으니 인지상정'일까 아니면 나만 유난을 떠는 건지. 우물가에서 숭늉 찾듯 말이다.

다양한 작가들의 삶을 우려내는 글들을 만날 수 있음에 감사하며, 다만 수많은 세 잎 클로버 중 하나로 낮은 언덕을 채우며 푸르게 만드는 일에 내 글도 소중한 일부로 쓰이길 소망한다. 오롯이 글 쓰는 일만 즐기며 말이다.


이제 막 50여 일 지난 신생아로서 받아 든 성적표에는 최선을 다한 뿌듯함과 더불어 아쉬운 여운처럼 다가온 부족함을 깨우쳐 주었다. 뒤만 졸졸 쫓는 '따라 하기'는 속히 멈춰야 할 현주소임을 알아 그만 내려서야 할 터이다. 나만의 색깔로 채울 수 있는 퍼즐 되어 작지만 빈 곳을 채우며 굳건하려 한다.


글벗들의 경험을 통한 애정 어린 충고를 받고 싶습니다. 저만 유난을 떠는 것이길 바라보면서.......
<2021년 12월 마지막 달 중간 어디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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