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화'가 이름인걸 이제야

by 박점복

"어머! 어머! 얘들이 밤새 꽃을 피웠어요! 빨리 나와 봐요" 화초에 물을 주다 말고 나를 부르는 아내 목소리가 유난히 급했다. 베란다로 나가 보니 녀석이 수줍게 꽃을 선물로 받으란다.


우리 부부와 맺은 인연의 세월이 적어도 6~7년은 훨씬 넘어 섰다. 그동안 부족한 정성에 잔뜩 삐졌었는지 잎만 성한 채 사방으로 뻗기만 했지 꽃소식 한 번 없었는데.


오늘 드디어 보란듯이 꽃대에서 삐죽이 보드랍고 연한 꽃을 탄생시키는 장한 일을 해냈다. 분명 어제도 잎을 쓰다듬으면서 '향기 은은한 예쁜 꽃 기대해, 만나게 해줄거지?' 확인하듯 혼잣말로 스스로를 위로했었는데. 하루 사이에 거짓말처럼 깜짝 선물로 나를 놀라게 한다.


꽃 가꾸는 재주가 워낙 잼뱅이인지라 날 만난 꽃들에겐 늘 미안함뿐이었다. 이름이라도 제대로 아는 꽃이 몇이나 될런지. 애정 부족을 행여 들킬세라 부랴부랴 감추기 바빴다. 동양난이란다. '옥화'라 부르고.


이사 선물로 받은걸까...... 전시회 출품 축하 선물이었던가? 난(蘭) 화분 3개 중 둘에서 꽃이 피는 진귀한 경험을 하게 되다니. 이게 아무나 원한다고 언제나 만날 수 있는 행운은 아니고 말고다.

핼리 혜성이 지구에 가장 가깝게 접근하는 세기의 우주쇼가 펼쳐진단다. 찰나를 놓치면 적어도 백년은 더 기다려야 한다니. 호들갑 떨던 취재 기자들처럼 못잖게 나 역시 옥화의 자태를 놓칠수 없다며 역사적 사건이라도 되는 양 이리 뛰고 저리 찍으며 난리도 아니었으니.


함께 할 시간이 영원하지 않을 것도 익히 아는 터 벌써부터 괜히 맘이 더 짠하다. 길어야 보름여 기간 함께 누릴 수 있다잖은가.


6~7년 훌쩍 넘도록 기다리고 또 기다렸는데, 겨우 10여 일 남짓 밖에 함께 할 수 없다니. 알차게 만끽하려한다. 건강하게 찐 사랑 서로 나누며.......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사람 마음 참 간사하다더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