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예년처럼 입시 한파가 매서운 가운데 전국 100여 개 수험장에서는 아버지(어머니) 자격 능력 평가가 실시됩니다. 4교시 '자녀의 사춘기 극복 방법' 과목을 끝으로 평가가 끝나는데요, 수십만 수험생들 그동안 준비해 온 실력 유감없이 발휘해 모두 합격의 영광을 누리시길 바랍니다. 서울 지구 제4 시험장에서 전해드렸습니다.
2021년 아버지(어머니) 자격 능력 평가의 난이도와 합격률은 얼마나 될까? 이 부모 자격증 포함, 남들은 평생 하나도 갖기 쉽지 않다는 합격증을 몇 개씩 소지하고 계신 분들의 감히 따라 하기조차 쉽지 않은 도전의 과정이라니.......
가끔씩 TV를 통해 접하게 되는 깜짝 놀랄만한, 그리고 감탄이 절로 나올 수밖에 없는 위업(?), 각종 자격 능력 평가에서 그것도 한 두 개가 아니라 수 십 개 분야에서 당당히 합격하신 분들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접하게 된다.
곰곰이 떠올려 본다. 과연 나는 몇 개나 되는 자격 능력 시험의 장벽을 뚫었을까? 아버지(어머니) 자격 능력 평가에선 영역별로 몇 등급이나 받고 부모가 된 걸까? 이런 기준으로 자격을 부여하는 거라면 혹시 난 무자격은 아닌가?
1차 필기시험만 통과했을 뿐 훨씬 어렵다는, (어디까지나 글 쓰는 저를 기준 삼자면), 실기 시험 절차가 기다리고 있어 통과가 쉽질 않으리라는 부정적 예감이 훨씬 높은 수화 통역사 시험이 비교가 가당키나 할지.
운 좋게도, 정말 하늘이 도왔기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상상조차 하기 싫은 결과였을 관광 통역사(영어) 자격시험 합격은 가문의 영광쯤 된다 해도 과언이 결코 아니리라.
도대체 합격을 한 건지, 떨어졌는 지조차 확신이 서지 않는 자격 능력 평가가 바로 '아버지 (어머니) 자격 능력 평가이다.
"아니! 무슨 자다가 봉창 뜯는 소리"냐며 아버지, 어머니들이 의아해하며 말이 되는 소릴 하라며 항의하는 원성이 사방에서 들려오는 듯 귀가 따갑다.
'선물로 자녀를 갖게되면 어머니, 아버지가 자동으로 되는 것이지 자격 능력 평가는 무슨 얼어 죽을 놈의 평가?' 당연히 나도 이런 생각의 범주에서 벗어날 수 없었을 뿐 아니라 지금도 비몽사몽 헤매고 있다.하늘이 무시험으로 자격 검정을 했으니 망정이지.
'두란노'라는 단체에서 시행하고 있는 '아버지 학교, '어머니 학교' 과정을 수료했다며 그나마 이것 때문에 스스로 위안을 삼고 있는 건 아닌지. '그래도 이쯤 했는데 뭐......'라며.
어떻게 하는 게 바른 아버지, 어머니에 가까울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해결해 보겠다는 의지로 일정기간(5주) 힘들게 훈련했다. 그렇게 수여받은 아버지, 어머니 학교의 수료증으로 뿌듯해할 뿐 달리 방법을 못 찾고 있음을 여전히 인정하고 말고다.
꼭 실천하고 자료를 제출해야 하는 힘든 숙제를, 낙제 점수 간신히 넘길 수준으로 부족했지만 딸들에게, 아내에게 실천해 마지않았던 기억이 새록새록하다. 사실 그 기간 동안만 반짝했던 아쉬움은 옥의 티로 여전하다.
딸들을 통해 우연히 듣게 된 엄청난 사실이 나를 얼마나 당혹스럽게 했던지. 누가 뭐래도 나 정도 아빠면 어디 내놓아도 빠지지 않는다는 자만을 한 번에 무너뜨렸다. 아버지 자격 능력 평가에서 낙제를 겨우 면한 등급의 수료가 어딜 가지 않았다.
"아빠는 내가 진학 문제로, 또 친구와의 갈등으로 힘들어할 때 한 번도 '요즘 무슨 고민 있니?' 다가 온 적 없었단다. 아니 이런 억울할 데가..... 너희와 함께 나들이 나서거나 모임에 나설 때면 언제나 주변 사람들이 "얘들아! 너희 엄마는 어디 계시니?" 할 정도로 품에 안아 온갖 사랑 뜸뿍 베풀었다고 생각했는 데..... 정작 아빠만의 착각이었다니.
사춘기 아픈 시절 대화 다운 대화 한 번 없이 스스로들 어련히 잘 알아서 할까, 오히려 잘못 끼어들어 간섭하는 아빠들보다 낫지 않았냐는 변명으로 꽉 차 있었다.
"아빠도 아빠가 처음이고, 엄마도 엄마가 처음이라서 미안한 맘뿐이란다." 그래도 잘 자라 준 너희들에게, 초보 운전 딱지 떼고 충분한 훈련과 연수 후 노련한 운전자로 너희들과 만났었더라면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휙하니 스쳐 지나간다.
조금 있으면 사랑하는 삶의 반려자를 만날 테고 슬하를 떠나게 되겠지. 너희들을 물끄러미 바라보자니 이제야 아버지로, 어머니로서의 몫을조금은 알 듯 한데. 겨우 수료증으로 위안을 삼으며 근근이 버티고는 있다만 무자격자 냄새가 솔솔 풍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