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2월 32일.......'

마디와 매듭

by 박점복


하염없이 흐르는 세월을 마디마디로 매듭을 지어 나누기로 한 인간의 지혜는 탁월하다 못해 역사상 위대한 발견이자 걸작입니다.


우리 인간들의 삶은 2(二) 생, 3(三) 생이라 부르지 않습니다. 그냥 일생(一生)이라 칭합니다. 두 번, 세 번을 겹쳐 살 수 없는 필연을 하늘로부터 부여받았기 때문입니다.


다만 그 한 번뿐인 삶을 60으로 7,80 또는 100으로 쪼개어 마감, 정리, 분석하여 새로운 출발을 거창하게 할 수 있도록 기대로 채워 살 힘을 부어 주기 위함입니다.

2021년 마지막 날을 12월 32일이라 칭하며 계속 이어가지 않고 2022년 01월 01일로 따로 떼어 새로이 부르는 까닭도 마찬가지입니다


중국 한자의 영향일 테지요. 우리네어떤 과정을 마감할 때 즈음이졸업(卒業), 즉 '일정한 일을 마쳤다'라며 마침에 무게 중심을 두지요. 영어권 지역에서는 graduation, commencement라며 새로운 시작에 방점을 찍고 있다잖습니까.


동전의 앞뒷면처럼 현상은 하나인 데 보는 관점이 이리도 엄청난 차이를 가져다준다는 의미이지요. 희한합니다.

한해를 끝낸다며 서쪽 수평선을 발갛게 달구며 이별을 고하는 12월 31일 태양과 다음 해 1월 1일 떠오르는 태양은 전혀 다르지 않고 자신이 해야 할 몫을 묵묵히 수행하고 있을 뿐입니다만. 단지 똑같은 태양을 바라보는 우리들의 시각과 바람만 변화무쌍한 것이랍니다.


12월 그믐날 뉘엿뉘엿 넘어가는 태양은 왜 그리도 너덜너덜 피곤에 절어 가뿐 숨을 내쉬는 듯할까요. 손을 뻗어 놓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 안타까워 놓아 줄 수 없다는 건 우리입니다. 아랑곳하지 않고 매몰차게 쓸쓸히 사라져 갑니다.


힘에 겨워 산 마루를 넘던 석양의 어제 그 태양이 아닌, 불끈불끈 타오르며 희망차게 동녘에 모습을 드러내는 붉은 해는 도무지 언제 그랬었느냐며 손을 흔들며 우릴 만나러 나오니 말이지요. 어제 형편으로는 다시 만나러 올 기력조차 기대 난망이었는 데 말입니다.


'년 12월 32일로 이어지는 태양으로는 더 이상 만나지 않겠답니다. 새로운 해 1월 1일로 반갑게 맞습니다. 역사 속 한 페이지로 마감한 어제에 연연하지 않을 거랍니다.

대나무는 마디마디의 생을 통해 마감과 새 출발을 꾸린다지요. 튼튼하게 그리고 그렇게 높다랗게 하늘 향해 쭉쭉 뻗어 갈 수 있음도 옛것을 매듭지어 마감하고 새로운 마디로 출발할 수 있는 장치 때문이라며 교훈합니다.


2021년 12월 32일이 아닌 2022년 01월 01로 구분 지어 힘차게 뛰는 우리 모두에게 붉게 떠올라 새 힘을 선물로 선사하 소망해 봅니다.


덧붙이는 말

브런치 뜰에서 주셨던 글 벗님들의 애정 어린 격려와 관심, 그리고 부족한데도 찾아오셔서 만나주셨던 많은 분들의 살피심에 힘 입어 2021년 한 해, 이제 막 80여 일 된 새내기가 '2021년 12월 32일이라 하지 않아요!'라는 글로 마무리까지 하게 됩니다. 너무 고맙습니다.

마디와 매듭은 끝냄과 시작이 딱 붙어 하나가 되는 지점에서 생긴답니다. 도무지 떼어낼 수 없다는 뜻이지요. 하지만 돌아봄을 바탕으로 과감하고 결단력 있게 새로 피어나라는 메시지를 던져 줍니다.


며칠 남지 않은 2021년 행복하게 잘 마무리하시고 2022년 건강하게, 왕성하게 건필하시길 기원하겠습니다.


사진 출처: 다음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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