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의 옹두리

천 개의 바람이 되어 불어 제치면

by 박점복

*옹두리: 나뭇가지에 결이 맺혀 혹처럼 불퉁해진 것*

이 놈의 이별은 크든 작든 크기를 가리지 않으며, 시도 때도 없이 낯가림조차 없이 아리게 한다. 굳은살로 다져져 옹두리가 벌써 생겼을 법도 하지만 아직도 말랑말랑 여물 줄 모른 채 아프다니.


딸아이가 강원도 근무지를 향해 여기 안양을 떠난다. 아빠가 딸 걱정인데 서른쯤의 자식은 오히려 아빠를 못 미더워 조심해서 운전하시라니. 팔십 아버지가 육십 아들에게 '차조심, 길조심'하란 다는 옛말이 이해는 되었던가? 육십 아들은 "아버지! 저도 60이 넘었어요, 애가 아니라니까요"

헌데 왜 아버지 눈엔 아들은 여전히 조심시키고 주의를 주지 않고는 맘을 놓지를 못함을 그때는 미처 몰랐을까. 딸아이를 보내며 아빠인 나는 딸을, 딸은 아빠를 걱정스레 보내는 아련함을.


공부하고 배워서 되는 게 아니었으나 때가 되니 터득되는 삶의 학습이다. 한 달이면 두어 번씩 행사처럼 맞게 되는 일에 익숙해질 만도 하련만...... 멀리 떨어져서 남의 일인 양 접할 때가 그렇다는 것이지 나의 일일 땐 그럴 수 없단 게 벌써 증명이 된 바이다.


배웅 후 돌아오는 길, 차 안 라디오에선 가수 임형주의 '천 개의 바람이 되어'라는 호소력 짙은 감성의 노래가 퍼진다. 최근의 노래 형태와 친하지 못한 세대인지라 오랜만에 촉촉한 발라드 풍에 젖어 본다.


나는 천 개의 바람

천 개의 바람이 되었죠

저 넓은 하늘 위를

자유롭게 날고 있죠

가을엔 곡식들을 비추는

따사로운 빛이 될게요

겨울엔 다이아몬드처럼

반짝이는 눈이 될게요

아침엔 종달새 되어

잠든 당신을 깨워줄게요

밤에는 어둠 속에 별 되어

당신을 지켜 줄게요

바람이 천 개쯤이면 저 넓은 하늘을 덮을 수 있을까? 아니 천 개로는 택도 없어 수만, 수백만 개의 바람이면 족할지? 도대체 가늠조차 할 수 없는 크기의 아픈 이별은 몇 개의 바람으로 치료할 수 있을까? 푸르고 높은 하늘을 자유롭게 날며 이별의 아픈 상처를 치유할 수 있으면 정말 좋으련만.

천 개나 되는 바람 조각으로 당신이 있는 곳 어디든지 늘 함께 있을 테니 울지 말라잖은가. 물리적 거리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을 테니 나는 이곳에서 당신은 그곳에서 예쁘게 살아 이별이 갈라놓지 못하도록 할 수 있단다. 너끈히 감싸 안겠단다.


돌아오는 데 3시간이면 족할 물리적 거리야 얼마든지 극복하고도 남으리라. 넉넉히 훈련이 되었으니 걱정은 없다. 그런데 가깝디 가까운 물리적 거리인데도 이 놈의 이별은 슬픔을, 아픔을 쏟아 내게 하니 그 마음의 거리는 그 얼마 더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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