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린 날

밝은 날 편애(偏愛)

by 박점복
사노라면 언젠가는
밝은 날도 오겠지
흐린 날도 날이 새면
해가 뜨지 않더냐


"어미야! 빨래 걷어라. 어째 온몸이 욱신욱신 쑤시는 게 비가 오려나 보다"

날씨가 흐릴라 치면 왜 어르신들의 삭신은 쑤시기 시작할까? 안 그래도 맑게 개인 날에 치여 제대로 된 대접 한 번 변변이 받지 못하고 있는 데. 그렇게 천덕꾸러기 신세가 된 '흐리고 궂은날'이 한쪽에 쭈그린 체, 내리쬐는 햇살에 고개 한 번 삐죽이질 못하고 있다. 억울해 호소해도 누구 하나 귀를 빌려주지 않고.



우리 인생살이는 주구 장창 미운 톨 박힌, 눈 비의 궂고 흐림 없기를...... 간절히 바라보지만 비 없이 눈 내림 없는 삶은 여지없이 피폐로 다만 말라비틀어지고 말뿐.

흐린 날 빨리 지나고 새 날이 밝길, 들키지 않게 교묘히 그 속내를 숨겨 보지만, 해가 뜰 거라며 얼른 비키라고 성화이다. 쫓아 버리고 만다.


그렇게 쫓겨 난 흐린 날이 왕(王)지 나서 기우제를 지내야 할 만큼 귀한 대접 애초부터 바라지도 않았다. 흐린 날은, 비 오고 눈 흩날리던 날은.


하지만 흐린 날 없는 맑음과 화창함이 지니는 의미는 무엇일까? 누구에게 뭘 자랑하며, 척척 갈라지는 척박함과 따가움을 해갈할 수 있을까? 비 오고 눈 소복이 내리는 날 또한 융숭한 대접을 받을 만 하리.


밝은 날도 날이 세면 언젠가는 목 길게 뺀 채 기다리던 비 내리고 눈 내릴 날 있을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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