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그 정도 당했으면......

호미로 막을 걸 꼭 가래로 막겠다니

by 박점복


내 사전엔 '요만큼도 손해는 볼 수 없다'는 결연(?)한 결구가 떡하니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한데 남들은? 어쩜 저리도 관용의 폭이 넓단 말인가? 넓어도 웬만큼 넓은 게 아니다. 적어도 쫌생이인 내 시각에서는.


여유로이 미리 준비도 할 겸 조금 일찍 나가 기다리면 어디가 덧나는지 그만큼도 양해가 안 된단다. 목적지 주변도 둘러보며 생경함이 주는 느긋한 그 맛을 허용할 수 없다잖은가.


길어야 1,2분 정도 선심 쓰듯 배려할 수는 있으나. 약삭빠른 채 온갖 콧방귀나 뀌어대며 잘난 척은 혼자 얼마나 하는지 목불인견이다. "아이고! 저저 저 시간 아까워서 어쩌지? 딱 맞춰 나오면 될걸 미리 나와서는 저렇게들 시간을 죽이고 있는지, 참!"


당한 것만 해도 수차례인데도 여전히 깨달을 줄 모른다. 아니 고쳐보려 애를 쓸 생각조차 안 하고 있다 라는 표현이 오히려 가까울 듯하다.

영국 옥스퍼드에서의 연수 시절, 잘난 척하다 조금도 손해 볼 순 없다며 부린 잔꾀에 스스로 넘어가 당한 황당함이 불쑥 원하지도 않는 데 떠오르는 건 또 뭐란 말인가.


'스톤헨지(stone henge)' 견학이 있던 날이었다. 제 버릇 개 못 준다고 한국에서 하던 버릇 그대로 느즈막 하게, 그래도 여유 있으리라며 마을버스를 타러 정류장에 나갔더니만 이게 웬 일이란 말인가? 우리나라처럼 몇 분 단위로 바로바로 출발할 줄 알았는 데 30분 후에나 출발한다니. 뭔 놈의 배차 간격이 이렇게 띄엄띄엄 이던지...... 모임 장소까지 가는 데 걸릴 시간보다 더 기다려야 출발이라 잖은가.

결국 장관(壯觀)인 스톤헨지를 견학할 수 없었던 아픈 기억이 그놈의 딱 맞춰 나가 손해(?)를 안 보겠다는 까칠한 습성 때문임을 깨우치며 꽤나 심도 있는 반성을 했다. 꿩 대신 닭이라고 대신 옥스퍼드 시내를 방황하던 청승맞음이라니.


한 번의 실수야 '병가지상사(兵家之常事)'라고 얼마든지 있을 수 있고 말 고리라. 한데 깨우치지 못한다면 어떻게 흔히 있는 평범한 일이라 할 수 있을까.


연수기간 금요일 오후부터 일요일까지의 유적지 탐방 기회 중 혼자만 잘난 척하던 습성으로 일행이 함께 하는 행사에 또 연거푸 참석을 못하는 불상사가 터졌으니 어떤 변명이 통할 수 있었으랴?

영국의 전통행사 중 하나인 Barn Dance (전통춤) 견학도 못 하고 말았으니....... 이 정도면 병(病)적 수준까지 간 건 아닌지. 지요?


헌데 안타깝게도 꽤나 긴 세월이 지난 지금도 여전하니 나도 정말 내가 미워 어쩔 줄 모르겠다. 성격은 고쳐 쓰기가 이렇게도 어려움을 실감하며 '허허'로이 웃고 만다.


벼룩에겐 미안하긴 하지만 '벼룩도 낯짝이 있다'는데 사람이 되어가지고는,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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