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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소희 Apr 18. 2024

프로필 사진을 예약하고

다시 늘어난 몸무게


지난 설, 몸살을 심하게 앓고 난 뒤 운동 루틴이 무너졌다. 일 년 동안 열심히 운동루틴을 만들어 놨는데 며칠 운동을 하지 않는 편안함을 맞보면서 운동하기가 싫어졌다. 내일부터는 정말 운동해야지. 빈 다짐만 허공에 날리며 입에 당기는 간식과 탄수화물 가득한 식사를 즐겼다. 몇 개월에 걸쳐 뺀 몸무게가 두 달 사이 순식간에 3kg이나 늘었다. 남편과 딸은 걱정 반 장난 반 뚱댕이라고 놀려 대기 시작했다. 


다시 운동하겠다고 며칠 피트니스센터에 갔는데 몸살감기가 또 찾아왔다. 온몸이 쑤시고 아파 이틀을 드러누워 움직이지 못했다. 몸 컨디션이 좋지 않아 무리한 운동은 못하고 대신 저녁에 산책을 나왔다. 공기가 신선해 일 년 중 4월이 밤산책 하기 가장 좋은 계절인 것 같다. 봄밤 공원을 걸으면 부드러운 바람도, 깜깜한 밤하늘의 별도, 조명 아래 빛나는 꽃들도 다 나의 감각들을 깨어나게 한다. 매일 보던 친숙한 공원의 밤에 비밀 이야기라도 숨겨 놓은 듯 그곳에 가고 싶고 걷고 싶어 진다. 이어폰에서 들려오는 음악을 배경으로 걷고 있노라면 뮤직비디오 속 멋진 주인공이라도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어 행복하다.


문제는 산책을 하고 나면 입맛이 더 왕성해진다는데 있다. 그제는 집으로 가는 길에 캔맥주와 반건조 오징어를 사 가지고 가서 시원하게 맥주를 마시고 기분 좋은 잠을 청했다. 그리고 어제는 환하게 불 켜진 무인 아이스크림가게 안 추억의 브라보콘과 월드컵, 바밤바로 밤의 허기를 채우며 기분 좋은 시간을 보냈다. 


생각해 보면 운동은 했지만, 식사조절이나 간식을 크게 줄이지 않았다. 그 탓에 감기도 자주 걸리는 약해빠진 체력으로 살고 있는 것 같다. 아이스크림을 다 먹고서야 늘 이런 반성의 시간을 가진다. 



쾌락의 식욕


평생 마른 상태로 다이어트라는 걸 해보지 않고 살았는데 최근 2년 전부터 살이 찌는 체질로 변해버렸다. 나이가 들고 호르몬의 변화로 지금은 인생 최대 목표가 다이어트가 되었다. 입에 대지도 않던 치킨과 피자, 라면이 맛있어지고 배에 두툼한 튜브 하나 장착한 중년의 여자라니 아 정말 싫다. 요즘 특별히 고프지 않아도 자꾸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데 이런 걸 쾌락적 식욕이라고 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쾌락적 식욕은 배고픔의 유무를 떠나 뭔가 자극적인 맛을 찾아 먹으려 한다는데 있다. 기껏 운동하고도 달콤한 아이스크림이 당기는 이유도 쾌락을 좇는 식욕 때문이다. 배고픔을 채우는 게 아니라 음식으로 기쁘고 행복한 상태를 느끼려는 호르몬의 작용 때문인 거다. 그러니 내겐 잘못이 없다. 


자극적인 가공식품은 자연의 식품에서 얻을 수 없는 강력한 호르몬을 내보내 사람을 중독의 이르게 한다. 냉장고 문만 열어도 배달만 시켜도 맛있는 음식을 쉽게 먹을 수 있는 세상에서 식욕을 다스리는 일이야말로 종교수행에 가까운 일이다. 다행히 지난해 운동을 시작해서 건강은 전보다 좋아졌지만, 식욕이 줄지 않아 몸무게 감량을 크게 하지는 못했다


우울증 환자들이 스트레스성 폭식을 하다가도 우울증을 치료하고 나면 폭식이 줄어든다고 한다. 식욕을 다스리기 위해서는 자신의 감정 상태도 잘 들여다봐야 한다. 먹는 거 말고 좋아하는 일을 찾아 집중해 보는 것도 좋다고 한다. 뭔가 먹고 싶은 감정이 턱까지 차오를 때 오이나 당근을 입에 넣고 좋아하는 영화를 보면서 위기를 넘기고 있다.



프로필사진 도전


살 빼겠다고 말만 하는 내게 극약처방처럼 딸이 프로필 사진을 예약했다고 통보했다. 한술 더 떠 남편은 5kg을 두 달 안에 빼면 백만 원의 용돈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이제는 꼼작 없이 운동을 해야 하는 상황에 몰렸다.


50이 넘고 외모와 건강에 자신감을 잃어 한동안 사진을 찍지 않았다. 프로필 사진이라니 아니 될 소리라고 손사래를 치는 내게 딸은 크게 웃으며 보디 프로필이 아니니 안심하라고 한다. 아 난 또 비키니 같은 옷을 입고 찍는 사진인 줄 알고 놀랬다.


그래 못 이기는 척하고 이걸 목표 삼아 운동도 식단 조절도 한번 해보자는 생각을 했다. 저녁은 미역, 톳, 다시마, 꼬시래기를 채 썰어 해초 비빔밥을 만들었다. 싱싱한 바다내음과 초고추장의 새콤달콤함이 잘 어울려 맛있는 저녁 한 끼를 먹었다. 막연하게 운동하는 것보다 자극과 동기가 필요했는데 프로필 사진을 찍겠다고 목표를 정하니 무심코 먹던 군것질거리도 자제하게 된다.

  

나이가 들수록 근력 운동으로 탄탄한 몸매는 물론 생활 부상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운동은 해야 한다. 그렇다고 모든 삶의 우선순위를 운동에 둘 필요는 없지만 아침에 일어나 20분 스트레칭과 하루 8,000보 걷기, 일주일에 3번의 근력운동을 정착시킥 위해 노력 중이다.


오늘 밤산책 갔다 올 때 그때를 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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