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어공

by 이소희


선출직 단체장이 선거로 임명되면서 언젠가부터 늘공과 어공, 두 부류의 공무원이 한 지붕 아래 근무하고 있다. 늘공은 직업공무원 ‘늘 공무원’, 어공은 전문임기제 공무원 ‘어쩌다 공무원’을 말하는 단어다. 출처가 어디서 왔는지는 모르지만, 공직내부에서 자연스럽게 사용하고 있는 말이다.


선거에 이긴 단체장이 측근들을 공직에 입문시키면서 어공들의 숫자가 늘어났고 승리호에 함께 승선한 그들은 선거 공신들이다.

늘공의 입장에서 하루아침에 공무원이 되었으니, 그들의 존재가 껄끄럽고 불편하다.

발 빠른 늘공들이야 사전 긴밀한 접촉을 하며 요직과 승진의 기쁨을 함께 나누기도 하지만 대부분 평범한 늘공들은 그러하지 못하다.


어공과 늘공은 일하는 스타일이 다르다.


어공은 단체장을 위해서 물불 가리지 않고 일한다. 그들은 어떠한 위험이라도 헤아리지 않고 뛰어드는 저돌적 행동을 한다. 늘공은 어공이 뜬구름만 잡고 말만 번지르르하여 그들의 행동이 늘 불안하다.

어공의 입장에서 늘공은 변화를 싫어하고 현실에 안주하며 소심하고 답답하다.

애초부터 다른 어머니에서 나온 이복형제들처럼 한 지붕 아래 불편한 동거를 한다.


늘공이든 어공이든 서로의 입장과 처지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한다. 공직 생활을 하면서 창의적이고 아이디어 많은 수많은 어공들과 일해왔다. 그들의 아이디어로 정책은 더 세련되고 섬세해졌다. 정무 감각 뛰어난 전문 분야의 어공들이 들어와 많은 일들을 속도감 있게 해 왔다.


그러나 아주 위험한 어공의 존재도 목격했다. 계약에 관여하고 조직을 하루아침에 자신의 입맛대로 바꿔놓으며 권한밖에 일들을 주저 없이 해 된다. 하루아침에 높은 자리에 앉아 무소불위(無所不爲)의 권력을 휘두르는 행동이 위태롭기 짝이 없다.


구맹주산[ 狗猛酒酸 ]이란 말이 있다. 개가 사나우면 술이 시어진다는 뜻으로, 나라에 간신배가 있으면 어진 신하가 모이지 않는다는 의미가 있다. 한비자는 나라의 간신배를 사나운 개로 비유하여 간신배의 위험을 경고했다.


측근의 충성심이 오직 이익을 대가로 이루어진 자라면 그를 벌하고 멀리 해야 한다. 알고도 모른척하면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익 앞에 눈이 먼 사람을 곁에 두면 훗날 부메랑이 되어 위험에 처하게 될지 모른다.


집권 초기 그들의 위세가 대단하게 보일지 모른다. 아니 될 것도 없고 세상을 바꿀 것 같은 기세지만 사실 그것도 오래가지는 못한다. 콩밭에 콩이 아닌 병든 씨앗을 심어 놓고 가을에 콩을 거둘 수 없는 게 세상이치다. 세월이 지나 어떤 작물을 거두느냐는 좋은 씨앗을 심어야 한다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


풍작을 거두기 위해 지금이라도 썩은 씨앗을 걸러내고 좋은 씨앗을 선별해 심는 인사를 해야 한다. 그래서 인사(人事)가 만사라고 하지 않는가? 이제야 퇴직 공무원이니 무슨 욕심이 있겠냐만 글로 우려의 마음을 표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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