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킹산직 VS 7급 갓무원
공무원과 먹고사는 문제
먹고사는 문제
"기회에도 자격이 있는 거다. 여기 있는 사람들이 이 빌딩 로비 하나를 밟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계단을 오르락내리락했는지 알아? 여기서 버티기 위해 또 얼마나 많은 땀과 눈물과 좌절을 뿌린 줄 알아?" 드라마 미생에서 장그래가 기회를 달라고 하자 오 과장이 냉혹한 현실을 알려주며 한 말이다.
인턴사원 장그래가 눈물겹게 사회 적응해 나가는 드라마 미생이 나온 지도 벌써 10년이 되어간다. 직장인들의 애환은 그때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게 없다. 어려운 취업의 문을 뚫기 위해 고군분투 중인 젊은이들, 사무실 구석에서 숨죽이고 하루를 감내하는 직장인들도 하루가 힘들긴 매한가지다.
직업이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하여 적성과 능력에 따라 일정 기간 계속 종사하는 일'이라고 사전은 정의한다. 살다 보니 직업 선택 시 생계유지를 위한 수입 측면이 나의 적성보다 선행될 때가 많다.
현대차 생산직 채용에 직장인은 물론 공무원들까지 몰려 첫날 홈페이지가 마비되고 최종 18만 명이 지원했다는 뉴스를 봤다. 직장인 커뮤니티에서 ‘7급 공무원 vs 현대차 생산직' 설문에 현대차가 압승이라고 시끌벅적했다. 마치 생산직이 갓무원을 이겨낸 승리의 요란함처럼 느껴졌다. 꾸역꾸역 버티며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현실에서 현대차 킹산직이 갓무원 정도야 거뜬히 제치는 것은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요즘 대기업은 노조가 있어 정년 보장은 기본이고 높은 월급과 퇴직금, 각종 복지시책이 잘되어 공직보다 안정적이다. 공무원을 선호할 이유가 없는 상황에서 인재들이 공직에 입문하기를 기대하기 어렵고 젊은 공직자들도 하나둘 떠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자랑스러운 공무원
30년 전 적은 봉급이지만 신분보장이라는 장점을 보고 지자체 공무원이 되었다.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공무원으로 국가에 헌신하고 국민 앞에 봉사했는가?라는 질문에 쉽게 답할 수 없다.
지자체 공무원은 고유사무 외에도 선거, 통계조사, 적십자 회비, 복지정책 등 국가 사무처리에 진이 빠지게 일을 해야 한다. 겨울에 설해 대책, 봄가을에 산불 대기, 한여름에 강풍과 강우로 사계절 밤잠 설치는 날도 많다. 악성 민원인의 폭언에도 목소리 한번 내지 못한다. 누구도 공무원에게 호통치고 화를 낼 권리는 없지만 현실 속 공무원들은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일 때가 종종 있다.
봉급(俸給)의 봉(俸) 자는 한자로 녹봉 자를 쓰며 벼슬아치에게 주던 급료를 말한다. 공무원은 국가에 헌신하고 국민에게 봉사한 대가로 녹을 받는다. 봉급은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며 한 가족을 지켜주는 소중한 돈이다. 하나 공직의 길을 택했어도 적은 봉급과 줄어든 연금 앞에서 무한봉사나 헌신만을 강조하는 의무는 늘 버거웠다.
직장은 사람들이 일정한 직업을 가지고 일하는 곳을 말하며 직업과는 별개의 개념이다. 그러나 지방공무원 대부분은 퇴직과 동시에 직장과 직업이 모두 사라진다. 다시 말해 직장에서 경험하고 얻어진 업무능력이 사회 직업으로 연계되지 못하고 단절되다 보니 정년을 채우는 경우가 많다.
신분보장이란 그늘아래 30년을 같은 방식으로 일하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늘 같은 방식으로 생각하는 것은 사실상 생각하지 않는 것과 같다'는 신형철 문학평론가의 책을 보고 부끄러웠다.
돈이 없어 사업도 어렵고, 재취업은 꿈도 못 꾸는 대다수 공무원에게 정년 보장이란 카드로 의무만을 강요하는 것은 무리다. 그래서 공무원헌장과 행동강령은 공무원들의 공감을 받지 못하고 공허하게 느껴질 뿐이다. 공무원이 자랑스럽다는 공무원 헌장에 동의할 수 없는 이유다
이제 의무에 준하는 합당한 보상체계와 중앙과 지자체가 각각의 분야에서 전문 행정서비스 영역을 구축하도록 공직 생태계도 변화해야 할 시점이다.
공직에 들어오고 1년 이내 떠나는 신규공무원들을 보면 안타까운 적이 많았다. 공무원이 되려는 사람들은 취업이 어려워 일단 붙고 보자는 식 말고 평생의 업으로 삼을 수 있는지 진지하게 생각해 보라고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