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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혼잣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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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소희 Dec 01. 2023

식탐이 문제야.

꾸역꾸역 운동 중 


일 년 중 하루 학교 가기 싫은 날이 있었다.

시험 보는 날도, 친구들과 싸운 날도, 숙제 안 한 날도 아닌 모두의 축젯날, 운동회날이었다.

청군과 백군으로 나눠진 친구들은 운동장을 뛰고 구르며 들떠있다. 

현란한 응원단장의 안무에 맞춰 목이 터져라, 자기편을 응원하며 각자 개인기를 뽐내는 날, 


8명의 친구들과 100m 달리기 출발선에 서 있다.

선생님의 호각 소리에도 얼음처럼 움직이질 못하다 한발 늦게 출발했다.

재빠른 친구들과 달리 나는 슬로우 머신처럼 느리기만 하다.

맡아놓은 꼴찌지만 더 당황스러운 건 다음팀 친구들과 같이 들어와 웃음거리가 되고 말았다.


학교 다니는 내내 체육 시간이면 어떻게 해서든 핑계를 대 수업에 빠지려고만 했고 성인이 돼서도 운동은 좀처럼 하지 않았다.

늘 감기를 달고 살았고 갈수록 불면증, 관절염, 복부비만 등 건강검진 결과지가 두툼해지고 있었다.

가족들 성화에 못 이겨 PT를 받기 시작해 6개월 동안 꾸준히 운동하고 있지만 여전히 운동하기는 싫다 

PT 시간 50분이 5시간인 양 길고 힘들지만, 확실히 건강해지고 있다.



어떻게든 식탐조절 


두근두근두근

오늘은 인바디 체크하는 날이다.

숨도 안 쉬고 기계 위에 사뿐히 올라갔다.

지난번 체크 후 한 달 반 만에 1.9킬로가 빠져 나름 기분이 좋았는데 

젊은 피티 선생님이 여전히 과체중과 복부 비만이 심하니 식단 조절을 하라고 핀잔을 주었다.

마음이 상해 "전 먹으려고 운동하는 거예요."라며 대답했지만, 몸무게를 빼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다.


지구상에 10억 인구는 굶주리고 10억 인구는 과체중이고 3억은 비만에 걸렸다고 한다.

살기 위해서 먹어야 하는지, 굶어야 하는지? 먹기 위해서 살고 있는지? 참 아리송한 세상이다.

식탐에 못 이겨 정신없이 먹고 나면 불쾌함과 후회가 따르니 분명 덜 먹어야 한다는 것을 뇌는 알고 있다. 

그런데도 무한반복적인 다이어트의 결과는 늘 새드앤딩의 비극적 결말로 끝난다.

더 이상 이 비극의 여주인공이 되긴 싫다.


올해 연초 체중 관리를 통해 건강해지는 게 목표였다.

운동으로 반은 성공했지만, 주체할 수 없는 식탐으로 체중이 크게 줄지 못했다.

운동하고 온 남편이 사 온 책상 위 도넛에 자꾸 눈이 간다.

책을 보는데도 집중이 안 되고 힐끔거리다 어느새 도넛 하나가 내 입안에 잡혀 들어가 있다.

오~~~ 나의 이 참을 수 없는 식탐이여! 

오늘 하루만 허락하소서.

망연자실, 분명 정신을 잃은 게다

도넛 두 개를 해치우고서야 정신이 번쩍 든다.

두 시간 운동이 도로아미타불이 되었구나.

    

아~~~ 정말 낼부터 다이어트다.(매번 내일로 밀어두는 너그러움을 가진 사람이라니)

다행히 한 달이란 시간이 남았지만, 유난히 12월은 약속이 많은 달이다.

그래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니 방심은 금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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